한전·광주시 합작 사업 매년 3월~5월까지 늘어나
환경적으론 가로수 기능 퇴화·생육적 “수목 학대”

▲ 가지치기된 가로수. 광주시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관내 가로수 3만1555주를 대상으로 수형 조절을 위한 가지치기를 진행하고 있다.
 ‘잔인한’ 달이라는 4월을 지나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았지만, 광주지역 일부 도심 가로수에겐 ‘잔인한 계절’이 지속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의 한가운데서도 여전히 가자치기를 당하고 있어서다.

 광주시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관내 가로수 3만1555주를 대상으로 수형 조절을 위한 가지치기(전정)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가로수 옆을 지나는 고압선(한전배선선로)이 닿지 않도록 나무 가지를 잘라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또한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과 쾌적한 가로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도 덧붙인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와 광주시는 지난 2004년 ‘한전배전선로 근접가로수 전지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가로수 가지치기를 진행해오고 있다.

 한전은 해당 사업비 29억 원 등을 부담해 가지치기 대상을 선정하면, 광주시가 관리 감독하고 자치구를 통해 사업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같은 가지치기가 매년 5월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늦어도 3월 중·하순까진 끝내야”
 
 가로수는 3월부터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4월이면 새싹이 돋아 잎이 활짝 피고, 5월에는 꽃을 피우는 단계로 나아간다.

 때문에 “봄철 가로수 가지치기는 늦어도 3월 중·하순까지는 마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한결같은 의견이다.

 산림청 가로수 관리규정에도 가로수의 가지치기 시기가 명문화돼 있는데, ‘낙엽 후부터 이른 봄 새싹이 트기 전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광주시도 가로수 관리 조례 시행규칙을 통해 산림청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로수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을·겨울철 휴면기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5월까지 이어진 너무 늦은 가지치기는 미세먼지·폭염 예방 등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나무 약 47그루면 경유차 1대가 1년간 유발하는 양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심 속 가로수가 단지 조경의 일부만은 아닌 셈이다.

 특히 4~5월은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가장 심할 때인데, 하필 이 시기에 가지를 잘라내 나무의 효능을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 “한전에 빠른 조치 요구할 것”
 
 광주생명의숲 김세진 사무처장은 “가로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 시 온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며 “늦은 시기 가지치기를 하면 가로수의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지 못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에게 에너지가 가장 필요할 때가 바로 봄철 새싹이 날 때와 꽃을 피울 때인데, 그 시기인 4~5월에 가지치기를 실시하는 것은 생육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나무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가을·겨울철 휴면기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조경전문가는 “다른 시기에도 할 수 있는 사업을 매년 굳이 생명이 돋아나 잎이 다 나와있는 시기에 실시해 생명체인 나무를 학대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새싹이 완전히 나오는 중이라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면서 “될 수 있으면 4월 내에 끝내려고 하지만 작업하는 업체 사정으로 인해 5월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로수 가지치기 사업은 한국전력이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12월 달에 대상 가로수를 조사한 뒤 1월에 예산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전 측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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