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작으로 몸살 앓는 ‘수박등’
노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지혜의 공간으로

▲ 16일 월산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길.
 16일 오전 9시 30분. 아침에도 태양이 작열한다. 매주 월요일 어김없이 시작되는 ‘광주도시공원 시민탐방’의 시간. 오늘은 월산근린공원이다.

 탐방 출발도 안했는데 벌써 땀은 등골을 타고 흐른다. 손을 이용한 오행박수로 몸 풀기를 하고 걷기 시작한다. 이 곳 월산근린공원은 일명 ‘수박등’이라고도 불린다.

 광주MBC 건물에서 이어져 온 산줄기로, 수박을 기르기도 하고 혹은 수박을 팔러 다닌 길로 이용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어느 근린공원보다 잘 정비된 등반로 겸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잘 정비되었다는 뜻은 반면에 그 만큼 자연스러움을 잃었다는 뜻.

 불현듯 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 코 끝을 스치는 알싸한 냄새, 제초제가 살포된 것 같다. 도시 속에 위치해 있는 근린공원의 공통적인 문제다.

 공익재산과 사유재산제의 병행의 줄다리기 속에서 사유재산을 지켜내는 방법 중의 하나, 바로 경작이다. 땅을 놀릴 수 없고 심었으니 어느 정도 수확을 위해 뿌려대는 각종 농약들. 조금이나마 더위를 피하느라 새벽 일찍 분무기를 돌렸을 땅 주인의 마음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월산근린공원은 일명 ‘수박등’이라고도 불린다.
 
▲유위한 인간-무위한 자연 사이 완충지대

 광주는 무등산이고 무등산은 곧 광주라고 할 수 있다.

 100여m의 산을 올라도 한 눈에 들어오는 군왕봉, 장원봉 등 여러 봉우리와 그리고 무등산.

 월산근린공원에 올라 보니 무등산이 남쪽에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못지않게 올라오는 아파트 숲들.

 유위(有爲)한 아파트 숲을 위해서라도 비록, 몇 뼘 되지 않는 무위(無爲)의 근린공원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왜? 좋다. 올라와 보면 안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허리를 쭉 펴면 저절로 나오는 탄성!

 아, 좋구나 좋아.

 생명이 있든지 또는 없든지 모두 존재하는 것이 있다. 간(間)이다.

 ‘사이’는 뜻이고 요즘 쓰는 말로 ‘스탠스(stance)’이다. 사람에게는 간(間)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삼간(三間)이다. 시간(時間), 공간(空間) 그리고 인간(人間)의 삼간.

 유위한 인간과 무위한 자연 사이에는 그래서 완충지대인 근린공원이 필요하다. 인간은 자연 속으로 들어갈 때는 벗어버려야 하는 것이 있고, 다시 사람 속으로 돌아갈 때는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 곳 간(間)인 근린공원이 존재할 이유인 것이다.

 이제는 이유를 하나 더 붙여본다. 2022년 우리 사회가,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미래학자들을 포함한 석학들이 수많은 담론을 쏟아낸다. 유감스럽게도 딱 맞아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월산근린공원에 오르면 보이는 풍경.

 있다면 우리가 찾아야 하고 우리에게 이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선조들은 ‘실사구시’의 학문과 생활을 병용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이곳 근린공원에는 많은 지혜의 보고들이 있다. 바로 우리가 노인이라 부르는 어르신들이다. 요즘같이 더운 한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금남로4가 지하철역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의 성지는 광주공원이다. 또한, 동네에 있는 근린공원에도 어르신들께서 많이 찾는 장소다.
 
▲각 종들 사이 다양성 존중 공간으로

 근린공원 내 곳곳에 있는 모정(원두막)에서 손주를 돌보는 조손의 모습을 보며 동시에 체력을 다지는 장소로서 그 분들의 지혜를 배우고, 한 편으로 노인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담론의 장소로 동네 근린공원의 활용도를 확장시킨다면 좋겠다.

 자연스러운 어울림의 공간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동양사상에는 인간의 체(體)와 용(用)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도 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법. 우리가 체라는 그릇에 육체에 그리고 외형에 치중해 왔다면 이제는 용이라는 정신과 철학에도 힘써야 한다.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한 법. 어르신들에게서 용을 배워야 한다. 삶의 지혜를 전수 받아야 한다.

 저 정자에 쉬고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읽어낸다. 나도 몇 년 후면 저런 모습일 수도.

 근린공원의 존재 이유,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감히 제언해 본다.

 자연은 인간에게 인간은 자연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고 근린공원에 사는 여러 생명체들 간에는 각 종들 간에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공간으로 가꾸어 기본에 충실한 근린공원의 역할을 기대해보자.
편득종(광주시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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