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록습지 공론화 과정 일부 주민 문제 제기
“홍수 예방, 치수 기본” 광산구 “수목 제거”

▲ 광주 광산구 황룡강 장록습지.
 광주 광산구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 여부가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습지 지정보다 홍수 예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기관과 전문가들은 “홍수 예방 문제는 국가습지 지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담당 광산구는 “국가습지 지정과 관계없이 홍수 예방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주민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우려를 제기한 주민들은 “홍수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가습지 지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와 관련한 입장차를 좁힌다면 국가습지 지정을 둘러싼 갈등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록습지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논의 주민 토론회’에서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현재 장록습지 내부에 있는 나무들에 대해 손도 못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출발점이었다.

 광산구 용동마을 통장 이준경 씨는 기자와 만나 구체적으로 이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장록습지는 예전에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던 곳으로, 4대강사업 후 비닐하우스가 나간 자리에 현재처럼 높이 30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생겨났다. 물난리가 오면 그 나무에 이물질이 걸리거나 부러진 나무가 다리에 걸려 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 그래서 나무를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평동교 바로 옆 교량보다 키 큰 나무.

▲“보호구역 되면 나무 못베는 것 아닌가?”

 지난 7일 기자가 직접 찾은 장록습지 현장에선 주민들 얘기처럼 장록교와 평동교 인근 하천은 제방 안쪽인데도 높은 나무들이 식재돼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평동교에는 교량 바로 옆에 교량보다 더 높은 나무가 서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록동 주민 김란배 씨는 “기후변화 때문에 일본 등에서 물난리 소식이 들려오는데, 광주라고 예외일 수 있겠나”라며 “4대강사업 이후 이 곳을 방치해버린 것 아닌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천을 관리하는 데 제일 첫 번째는 주민 보호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이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주민에게 피해가 없다면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홍수 예방 문제는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과 관계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전승수 교수는 “국가의 어떤 법도 재해 대처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주민에게 피해가 될 우려가 있는 수목이 있다면 벨 수밖에 없는 것이 하천관리법”이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오해들은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지난달 주민토론회에서 “홍수 문제는 국가습지 지정과 별개로 당장 TF팀이라도 만들어서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의를 통해 올 겨울에라도 말끔히 해소하도록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 약속에 따라 광산구는 문제 해결 방안 검토에 나섰다. 현재 국가하천인 황룡강 장록습지 구간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관할하고 있어서,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광산구 수질보전팀 관계자는 “하천 내 수목제거 등 대책과 관련해서 관계기관에 관련 검토요청과 문의를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장록교 모습.
 
▲전문가들 “홍수 예방은 국가습지와 무관”

 한편 장록습지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 여부는 15일 실무위 회의를 통해 여론조사 방식을 결정, 12월을 목표로 지역사회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

 이번 공론화 과정은 시작부터 주민들의 우려와 오해를 해소시키기 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이 주를 이뤘다.

 행정기관과 시민단체들이 모두 주민들의 인근 개발 악영향 등 대부분의 우려에 대해 “보호지역 지정과 관계가 없다”는 설명을 계속한 가운데, 홍수 우려에 대해 구청이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주민들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록습지 실무위원회(TF팀) 최낙선 위원은 “습지 보전이나 관리 부분과 별도로 기본적으로 치수관리를 해야 하는 데 동의한다”며 “어떤 나무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전문가들과 확인하고 정말 문제가 된다면 제방 내 수목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처장도 “치수가 가장 1번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홍수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걱정한다고 하면 전문가들 검토를 통해 가능한 부분 베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생식물 외 외래 나무들도 보이고, 모두가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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