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16년 8월말 누적 흑자는 20조1766억 원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의 흑자액이 20조 원을 넘어서면서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구절벽과 저출산 문제를 온화시키기 위해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급여를 우선 낮추자는 의견과, 노인의료비를 줄여주자는 의견이 갈린다. 어떤 사람은 흑자액의 일부는 ‘미지급금’으로 과도하게 평가되었다고 보고, 보험료를 높이고 급여도 확대하여 ‘적정부담-적정급여’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의견의 근거는 무엇이고, 최적의 대안을 어떻게 선택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어떻게 구성되나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보험료·국고·건강증진기금 등으로 구성된다. 의료급여 수급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에 당연히 가입해야 하고, 피보험자가 근로자이면 보험료의 반을 근로자가 내고 나머지 반을 사용자가 낸다. 농어민과 농어촌 주민의 보험료는 본인이 일부를 내고 나머지를 국가가 부담한다. 여기에 담배값에 포함된 건강증진기금이 추가되어 건강보험 재정이 구성된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국고에서 14%,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 받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은 한시법으로 2017년 12월31일까지만 적용되어 연장이 없으면 금년 말로 국고지원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관행과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국고와 건강증진기금의 지원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진율이 높아지고, 의료수가가 꾸준히 인상되기에 진료비는 늘어나서 국민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도 커질 것이다. 한쪽으로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늘어나고, 다른 한쪽으로 누적흑자가 늘기에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본인부담금이 낮아진다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이 더 낮아질 것이다. 2001년부터 국가는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일률적으로 1500원만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에게 부담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의원급의 외래진료에서 본인부담금은 30%이다. 만약 60세인 환자가 1만5000원의 진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이 4500원인데, 노인은 1500원만 부과되고, 나머지는 보험처리되어 노인의 의료비 부담이 경감되었다.

 그런데, 15년이 넘게 진료비가 조금씩 인상되어 과거 1만5000원이하의 진료비를 받았던 것이 2만 원이 된다면 노인의 본인부담금이 6000원이 되기에 큰 부담이 된다. 얼마 전까지 1500원 만 냈던 노인이 갑자기 4배나 되는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기에 불만이 커지고, 의료기관이 이를 해명하는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노인정액제’를 수정하기 위해 의료계와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가 잘 되면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한 후에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이다.

 현재 복지부가 구상하는 방안은 총진료비 액수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비율을 조금씩 인상하는 것이다.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본인이 1500원을 내고,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초과∼2만 원 이하이면 본인부담율은 10%, 2만 원 초과∼2만5000원 이하이면 20%, 2만5000원 초과하면 30%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총진료비가 늘어나도 노인의 본인부담금은 2만 원에 2000원, 2만5000원에 5000원으로 충격이 적기 때문이다.

 한편, 개원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는 1만5000원인 노인정액제 기준금액을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그 이하면 1500원의 본인부담금만 내게 하자고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노인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노인의료비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축날까 우려된다. 실제로 노인진료비는 2008년 10조4904억 원에서 2012년 16조382억 원, 2015년 22조2361억 원 등으로 급증하였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중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29.9%에서 2012년 33.3%, 2015년 36.8% 등으로 높아졌다. 이는 전체 인구중 노인의 수가 증가되고 수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5년에 전체 인구 중 노인이 12.5%인 것에 비교하여 노인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36.8%인 것은 큰 부담이다. 외래 진료시에 노인의 본인부담금을 조금씩 낮추자는 복지부의 방침은 수용되더라도 지원기준을 2만5000원으로 단일화시키자는 의사협회의 주장은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다.

 

 ▶임신·출산 관련 진료비 낮춘다



 정부는 초저출산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임신-출산’ 관련 진료비를 낮추고 있다. 임신기간 외래 본인부담률은 1월부터 20%포인트 일괄 인하되었고, 10월부터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7월부터 난임 휴가제를 시행한다.

 또한, 고위험임산부에 대한 ‘비급여 입원진료비중 50만 원 초과액의 90% 지원’을 ‘비급여 입원진료비의 90% 지원’으로 확대한다. 분만취약지 2개소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4개소를 추가로 선정하고, 둘째아 이상 출산가정에 대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을 확대한다.

 하지만, 임신-출산과 관련된 진료비의 지원만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여성 노동자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었던 관행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 두는 여성은 줄지 않고 있다. 아이를 사회적 돌보는 체계에 사각지대가 많고, 가족구성원에 의한 돌봄을 희망하는 욕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 진료비 낮춰야 한다



 초저출산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아동 진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어린이재단, 한국복지교육원 등 61개 단체로 구성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건강보험 누적흑자액을 현재 60%대에 불과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비급여 포함) 중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의료비 부담비율로 2009년 65.0%에서 2012년 62.5%로 낮아졌다가 2014년 63.2%로 조금 나아졌다.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건강보험 누적흑자의 2.5%인 “5152억 원만 투입하면 어린이병원비를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15세 이하의 병원비 중 부담이 큰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자는 것이다. 18세 미만 아동이 아닌 의무교육기간에 해당되는 15세 이하로 한정시키고, 병원비 중 외래 진료비는 지금처럼 하고, 입원비만 국가가 책임을 지자는 안이다.

 2015년에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하는 노인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36.8%를 사용했다. 그 돈의 상당수는 임종 직전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른바 ‘연명치료비’가 적지 않다. 노인의 존엄한 죽음을 회피하는 데 사용하는 의료비가 적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 병원비에 무관심한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초저출산고령사회에서 의료비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동의 건강에 대한 투자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http://www.nhis.or.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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