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국 4개 노선 시범운행 돌입
“5년여 투쟁 결실…아쉽고 안타깝다”

▲ 2017년 설 연휴, 장애인들이 광주 유스퀘어터미널 앞에서 시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명절에 시외버스 타고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소원입니다”

 지난해까지 설과 추석 명절마다 광주 유스퀘어터미널에서 울려퍼졌던 장애인들의 시외버스 이동권 보장 촉구 목소리다.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요구됐던 장애인들의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시외버스가 운행에 돌입했지만, 정작 광주전남지역은 시범운행 노선에서 제외돼 지역 장애인들이 다시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10월28일부터 3개월간 휠체어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해당 버스는 1대 당 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도록 휠체어전용 승강구와 승강장치, 가변형 슬라이딩 좌석, 휠체어 고정장치 등을 갖추고 있어 휠체어 이용자들도 고속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지게 됐다.

 이는 장애인들의 숙원으로, 광주를 포함 전국의 장애인단체 등은 해마다 명절 때면 터미널로 나가 시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와 퍼포먼스를 진행해왔다.
 
 ▲버스 1대당 휠체어 2대 탑승 가능

 하지만 이번 시범운행은 서울에서 부산, 전주, 당진, 강릉을 오가는 4개 노선에만 이뤄진다. 광주전남은 단 한 곳도 운행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과 운영기술의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버스업계, 터미널·휴게소 업계, 장애인단체와의 의견수렴을 통해 노선을 결정했다.

 국토교통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R&D연구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부산과 서울에서 탑승 의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와 시범운행 노선으로 결정했고, 철도가 없는 당진, 지역 안배를 고려해 강원도 강릉이 시범운행 노선이 됐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지역 장애인들은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가 도입된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곧바로 이용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는 반응이다.

 정의당 광주시당 장애인위원회는 4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시범운행을 환영하며, 광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을 조속히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지난 5년간의 투쟁의 열매를 이제 맺기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범운행에 노선에 포함 될 것으로 기대했던 광주·전남 지역은 실제 시범운행 노선에서 제외되어 시범운행을 우리 지역 장애인은 고속·시외버스 시범운행을 경험조차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단지 시범운행으로만 그치지 않고, 본 궤도에 올라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도록 도입 노선 확대는 물론 근본적인 정책 수립과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의 도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범운행은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들의 시외 이동권을 버스를 통해 보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터미널 여건 여전히 미흡

 장애인의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지만 노선 개통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 제한된 지역만 이용 가능한 철도와 달리, 버스는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시외버스 노선을 통해 장애인들의 시외이동권을 대폭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제는 산적해있다는 지적이다. 광주를 포함, 대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조차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흡한 곳이 많고, 중·소도시의 경우는 휠체어가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서울과 광주를 연결하는 시외버스 시범운행에 대해 그렇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KTX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가 도입될 때 광주전남지역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는 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은 KTX가 닿지 않는 중소도시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광주 유스퀘어터미널부터, 그리고 전남지역의 수많은 터미널들에 대해 조사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 시범운행을 거친 뒤 내년에는 노선을 일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지역 노선확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 확대 문제는 여러가지 버스 뿐 아니라 휴게소와 터미널, 예매시스템, 버스업계 의견조율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며 “장애인들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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