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선우드 앞 ‘故 김재순 현장추모제’
 

▲ 28일 낮 사고 현장인 조선우드 앞에서 진행된 `故 김재순 현장추모제’ 참가자들이 고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헌화한 국화꽃들이 조선우드 앞에 놓여 있다. <사진=강성희>
 26살 고 김재순 노동자가 목재 파쇄기에 끼여 숨진 (주)조선우드 앞으로 노동자·시민들이 모였다. 28일 낮 사고 현장인 조선우드 앞에서 진행된 ‘故 김재순 현장추모제’. 업체 간판조차 없는,폐목재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한 눈에 봐도 열악해 뵈는 공장 앞,고 김재순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조선우드의 사죄와 철저한 진상 조사 등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것.

 이날 현장추모제에는 고 김재순 노동자의 아버지도 함께 했다.

 경기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재순 노동자의 아버지는 이날 함께 모인 노동자들 앞에 서 심경을 전했다. 한 동안 울음을 삼키다 힘겹게 뱉어낸 말이다.

 “검찰에,노동부에 묻고 싶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그들의 말대로 자기 과실로 인한 죽음인 것인가요? 저 역시 수년 전 한 제재소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일하던 중 다쳐서 왼팔에 장애를 입었습니다. 제 과실이었을까요?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은 근로자만 지켜야 되는 건가요? 사업주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근로자가 함께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28일 낮 사고 현장인 조선우드 앞에서 진행된 `故 김재순 현장추모제’. <사진=강성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까지 싸우겠다”
 
 외롭게 지냈던 고인의 유일한 친구였던 박종일 씨 역시 현장 추모제를 일부러 찾았다.

 “그 친구가 22살 때부터 어머니가 하시는 식당으로 밥을 먹으로 다녔습니다. 생일에는 생일상도 차려주고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5년 간 지켜본 유일한 지인이 접니다. 죽기 3일 전에도 우리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주말에는 항상 오는 친구가 얼마 전 주말에 안 오길래 무슨 일이 있나 했습니다. 주말을 보내고 다음날 월요일 하남산단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잠깐 멈칫했는데 곧바로 ‘김재순’이란 이름이 나왔습니다. 충격으로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식당문을 열지 못하고 계십니다. 회사에선 아무도 그 친구를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혼자 일하다 외롭게 죽은 것 아닙니까. 여기 계신 분들,언론들. 이런 일이 있을 때만 관심 갖지 말고 평소에도 외롭게 일하고 있을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눈물을 훔치며 토해낸 말들에 추모제 참가자들 역시 숙연해졌다.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허지선 조직국장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2016년 5월28일에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4년이 지나도 여전히 산재로 사람이 죽습니다. 시인 심보선이 김 군에게 바쳤던 시를 오늘 고 김재순 님에게도 바칩니다.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리가 무엇을 바꿨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이런 추모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바랍니다. 김재순님의 명복을 바랍니다.”

 심보선 시인의 ‘갈색 가방이 있던 역’이 낭독됐다.

 “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달려오는 열차를 피할 시간도 없었네.”

 
 ▲“6년전 같은 사고…노동부 감독 없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정준현 집행위원장은 “조선우드에선 지난 2014년에도 컨베이어 벨트에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면서 “그로부터 6년 동안 단 한차례도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노동청 등 관계기관에 철저한 진상조사 및 그 결과에 합당한 책임자 처벌과 이를 위해 대책위가 구성한 전문가들이 진상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조선우드 측에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평상시 작업과정을 알 수 있도록 회사가 보유한 CCTV자료 1개월 분을 대책위에 제공하고 진상조사 과정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진심의 전제일 것이며 또한 이번 참사에 대한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은 이날 오후에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故 김재순 광주시민 추모제’를 이어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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