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마켓’ 열려 생동감 넘쳐

▲ 크리스마스를 앞 둔 독일 예나.

 독일은 11월부터 하늘에 구름이 가득 껴 있는 날이 많다. 우중충한 날씨에 덩달아 기분도 무거워지곤 한다. 겨울 들어 우울증에 걸리는 독일인들이 많아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만하다. 11월 끝 무렵부터 독일 도시들은 가라앉는 잿빛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양, 금색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지기 시작한다. 11월 끝 무렵부터 성탄절 즈음까지, 바로 크리스마스 기간 (Weihnachtszeit) 이다.

 성탄절 전 즈음까지 도시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Weihnachtsmarkt)이 열려 전반적으로 생동감이 돈다. 약 600년의 전통을 가지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겨울에 앞서 육류식품과 겨울용품을 비축하기 위한 데서 유래했는데, 오늘 날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선 오밀조밀 들어선 조그마한 가게들이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장식품 그리고 맛있는 군것질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산타클로스나 천사 인형들은 물론이고,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굿간을 상징하는 장식물들이 넘쳐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켓을 돌아다니노라면 바닐라 설탕이 들어간 달콤한 과자와 초콜릿 혹은 초콜릿을 입힌 과일, 케이크 그리고 달콤한 술인 글뤼바인(Gluehwein) 등을 입 안에 우물거리게 되어 절로 배가 부른다.

 오죽하면 독일인들은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즐기려고 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는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전반적으로 기독교 문명이 뿌리 박힌 서양 문화권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신앙적 관점에서 구원자인 아기 예수가 세상에 내려온 날을 축하하고, 그가 전도한 사랑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의미는 8세기경이 되어서야 정착된다.

 민속적 관점에서 이 시기는 동짓절을 축하하는 게르만족의 축제(Julfest)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절기인 동지(冬至)의 의미가 ‘겨울에 이르러’ 해가 가장 짧아지는 날을 뜻하는 것처럼 동짓절을 의미하는 독일어 단어 Wintersonnewende는 ‘겨울의 햇빛이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지는 일년 중 해가 가장 짧아 지는 날이지만, 동시에 조금씩 하루가 밝아지는 시간이 늘어나는 기점이기도 하다. 게르만족에게 크리스마스는 빛과 함께 생명이 움트는 날이 돌아온다는 상징적인 시기다. 즉 크리스마스는 새로운 날과 새로운 삶에 대한 바람과 감사가 깃들어 있다.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1924년에 쓴 글에서 크리스마스가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나는 성탄절의 매력에 향한 애정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날은, 이 쾌활하고 성스러운 밤은, 아이들의 눈망울로부터 반짝거리며, 우리 맘 속에 깃든 일상의 때를 벗겨내고 인간적인 감동이 깃든 미소와 기쁨을 모두의 얼굴로부터 불러일으킨다. 이 날은 소년 시절의 나를 사로잡고 기쁘게 했던 것처럼 오늘날까지도 나를 감동시킨다.” (Thomas Mann,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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