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 5·18 민중항쟁 사적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시가 공식 지정해 보존·관리하고 있는 사적지만 26곳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광주교도소의 처지 또한 다르지 않다. 광주교도소는 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체포된 시민이 모진 고초를 겪었던 장소로 5·18 사적지 제22호이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처럼 인권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만큼 보존가치가 큰 곳이다.

한데 광주시와 법무부가 광주 북구 문흥동에 위치한 교도소를 옮기기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71년 지어진 현 교도소의 시설이 너무 낡고 공간이 협소해 북구 삼각동 일대로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늦어도 오는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신축 부지에 편입될 토지보상이 한창이다. 예정 대로라면 오는 10월 실시설계에 이어 2010년 중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12년 교도소가 삼각동으로 옮겨가고 나면 5·18 사적지인 현 교도소가 남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사후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아직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할 광주시의 태도는 너무나 한가하다. 현 부지의 소유주인 법무부의 처분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재까지 알려지고 있는 광주시의 입장이다. “광주시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취재에 응한 광주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향후 활용계획이 없으니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로 교도소 이전이 완료되면 또 하나의 5·18 사적지가 속절 없이 사라진다 해도 이를 말릴 뚜렷한 방책이 없다. 자칫 옛 도청별관과 비슷한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오월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헐릴 위기에 처한 교도소 건물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 또 한 차례 광주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훤히 내다보인다.

더 늦기 전에 광주시 차원의 보존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없앴다가 최근 그 모형을 복원한 ‘전남대 정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철거냐 보존이냐’의 논란으로 광주사회를 분열시키는 현장은 옛 도청별관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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