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행정 위해 수집 정보 수사기관, 목적 외 활용 심각
광주 경찰, 기초수급자 3800여 명 정보 제공 요구
광주 5개구 중 3개 구 3000여 명 정보 제공 응해

 광주지방경찰청은 2014년 3월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장 외벽과 5·18 아카이브센터 공사장 등 12곳에서 붉은색 스프레이로 ‘박근혜 정권 물러나라’ ‘한국엔 자유의 적이 있다. 그 이름은 종박주의자’ ‘12·19 부정선거 ㅂㄱㅎ 처단하라’ 는 등의 내용이 적힌 낙서가 발견되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새벽 부근을 서성거리던 30~40대 남자를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확인하고, 탐문수사 과정에서 “CCTV상에 보이는 남성과 비슷한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증을 보여주면서 밥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이 사건을 ‘반정부 낙서’ 사건으로 규정짓고, 수사를 위해 광주지역 5개 구청 사회복지과에 수사협조공문을 보내 1985년 1월1일부터 1965년 12월31일 사이에 출생한 남성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 3800여 명의 명단과 사진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따라 5개 구청 중 3개 구청은 3000여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처리 과정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 비판 낙서에 대해 경찰이 과잉수사를 펼치고 있다” “미확인된 민간인의 정보를 법적 절차도 없이 요청한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이다” “경찰이 정권 비판 낙서에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는 것은 근거도 없을뿐더러 이번 사건을 공안몰이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였다. 반면, 경찰은 관계 법령에 근거한 적법한 수사활동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임의수사 한계 넘어 기본권 침해 소지

 

 어느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 이 사건의 쟁점을 수사상 개인정보 요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제공의무와 관련지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고 그에 대한 법리를 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쟁점은 경찰의 주장처럼 위 수사를 위하여 협조요청 공문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요청한 행위가 관계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것인가이다. 경찰의 이와 같은 행위는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에 따른 사실조회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조회는 통상 임의수사로 인정된다. 하지만 본 사안과 같이 최근 피의사실과 관련된 전과나 신분을 가진 사람들 또는 피의사실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을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조회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사실조회 형식을 빌어 피의사실과 관련된 사람들의 중요한 개인정보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조회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에 근거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법률에 의한 일반적 제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고, 따라서 강제수사의 일종으로서 형사소송법에 법적 근거를 둘 필요가 있다.

 이에 형법학계에서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혐의를 전제로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하고 법관의 영장, 자료의 반환이나 폐기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신양균, ‘형사소송법(신판)’, 화산미디어, 2009, 150-151면).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사안과 같이 단순히 정부를 비판하는 낙서행위에 대한 혐의자를 찾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3800여 명의 인적사항과 사진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은 낙서행위는 재물손괴죄 여부가 문제되는 경미범죄일뿐더러 광범위한 개인정보제공 요구로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지자체,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지방자치단체의 개인정보 제공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즉 정당한 정보제공의 요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개인정보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가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의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인적사항과 사진이라는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에 따른 것으로 적법한 행정행위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따라 개인정보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에서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거부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즉 첫째,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수사기관에 정보제공이 의무사항이 아닌 단순한 공공기관 간 업무협조 사항이다.

 둘째, 수사기관의 수사협조요청에 따른 사실조회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의 성격이므로 자치단체는 이를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 셋째, 사실조회는 임의수사이므로 수사비례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한도 내에서 허용될 뿐인바, 본 사안과 같이 다수의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개인정보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요청하는 것은 필요한 한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한 과잉수사라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수사기관의 사실조회가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를 둔 것이라 할지라도 기초생활수급자 3800여명에 대한 개인정보의 요구는 이미 법률에 의한 일반적 제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상당하여 강제수사의 일종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때는 법관에 의해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함이 타당하다.

 

 제공시엔 개별 정보주체에 알려줘야

 

 세 번째 쟁점은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정보제공 기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정보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제공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이다.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수사기관의 협조요청에 따른 정보제공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당해 수사의 범죄혐의가 중대범죄인지 경미범죄인지, 요청된 정보제공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범위인지 한정된 범위인지, 정보제공을 통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보제공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에 따른 정보제공 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제공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수사기관의 수사 협조요청에 따른 정보제공을 하더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해야 할 것이며, 정보제공을 하였을 경우에도 개별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의 요구기관,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 제공된 개인정보의 범위 등의 사항을 고지해 줄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국민기초생활수급 관련 행정업무를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의해 그 본래의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얼마나 손쉽게 사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개인정보 제공기준을 하루 빨리 마련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에 보다 충실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재윤<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