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우 씨 자택 1층은 얼마 전까지 한의원이었지만 지난 10월 `망월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직장인 한성우 씨 담양방면 대로변 `주말극장’ 오픈
-망월동 자택 활용·십시일반으로 상영관 구색
-“동네마다 영화·추억의 공간이 생겨났으면…”

 직장인 한성우(32) 씨는 생애 처음, 가슴 뛰는 꿈을 꾼다. 생계를 위해 가져야 했던 직업과는 다른, 오롯이 내 만족감을 위한 ‘취미’를 실현하겠다는 꿈이다. 그가 말하는 ‘취미’는 소박하지만 ‘꿈’은 결코 작지 않다. ‘동네 상영관’을 운영하려는 그의 취미가 ‘자생적 풀뿌리 문화’라는 큰 그림을 낳을 수 있을까?

 한성우 씨가 만든 ‘동네 상영관’은 담양방면 대로변의 망월슈퍼 바로 옆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 마련됐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2층 자택 바로 아래층을 영화관으로 꾸민 것인데, 일명 ‘망월상영관’이다. 이유는 망월동에 있는 상영관이기 때문. 그가 자비를 털어 손수 마련한 세 평 남짓의 ‘망월상영관’을 찾았다.

 -실제 거주하는 집에 ‘상영관’을 꾸몄다. 어떻게 개인적인 공간을 ‘동네상영관’으로 만들게 됐나?

 △집은 2층 건물로 1층이 마침 비어있었다. 현재 나와 부모님은 모두 2층에 살고 있다. 사실 아래층은 누나가 한의원을 운영했었던 곳인데, 자리를 옮기고 한 동안 비게 된 것이다. ‘장소는 충분하겠다,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떠올린 것이 ‘상영관’이다. 이왕이면, 모두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상영관이면 좋지 않겠는가. 이 생각을 하기까지 가장 영향을 준 곳은 서울의 ‘옥인상영관’이다. 이곳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주말 독립영화상영관인데,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젝터는 친구가 무기한 대여해줘

 -‘옥인상영관’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한 것인지 궁금하다. ‘망월상영관’의 탄생 배경과도 관계있을 듯하다.

 △한 잡지를 통해 ‘옥인상영관’에 대해 알게 됐다. 옥인상영관은 친구 5명이 관람비 대신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독립영화를 상영할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이거다’ 싶어 직접 서울 ‘옥인상영관’을 찾아갔다. 올 6월의 일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영화를 보러 오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아 인상적이었다. 문화도시 광주에도 이런 공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9월 다시 찾았다. 그렇게 자문을 구하고 나서 ‘망월상영관’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 10월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됐다.

 -부모님의 승낙으로 장소 걱정은 없었을 터. 영화 상영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우선 동네에 영화 상영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많은 지인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더라. 해서 도움의 손길을 많이 얻었다. 특히 가장 비용이 많이 들 시설들은 거의 기부 받은 것이다. 영상을 쏘는 빔 프로젝터는 인천 사는 친구가 ‘무기한’ 대여를 해 준 것이고, 전축은 25년 된 것을 재활용했다. 방음지를 실내에 붙이는 작업을 할 때도 친한 형이 도와줬다. 그리고 한 달째 상영할 영화를 수소문하고 있는데, 이 방면으로 완전히 초짜여서 쉽지 않다. 하지만 지역 영화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가능하리라 본다.

 -‘망월상영관’도 ‘옥인상영관’의 경우처럼 독립영화를 틀게 되나? 왜 독립영화를 택한 것인가?

 △독립영화 상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다. 자본에 독립한 영화가 갖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 있는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굳이 교외까지 나와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망월동은 5·18묘역이 있는 곳이라 상징성도 배제할 수 없다. 5·18을 다룬 인권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 작은 상영관에서 상업영화를 틀 수 없는 한계도 있다. 감독에게만 상영허가를 받으면 되는 독립영화와 달리 상업영화는 판권도 비싼 데다 절차도 복잡한 탓이다. 하지만 형(한경탁 씨)이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여차하면,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웃음)

 

▶ 개관 한 달…상영 영화 아직도 못구해

 -독립영화의 특성상만 하더라도 관객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교외라는 지리적 한계도 있을 텐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망월상영관은 비영리로 운영될 것이다. 하루에 한 두 명이 찾아와도 상관없다. 아니, 그 한 두 명의 관객일지라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생계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치는 조금 멀긴 하지만 담양방면에 있기 때문에 바람 쐬러 오가는 사람들에게 휴식처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동네 분들에게 문화공간이자 쉼터가 됐으면 좋겠다. 상영관 운영은 직장에 나가지 않는 토, 일요일 오후12시부터 6시까지 6시간 정도 열 계획이다.

 -1층 공간이 꽤나 넓다. 상영관 외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나?

 △한켠에서 커피를 내릴 수도 있겠다. 1000~2000원 정도를 받고 커피를 파는 것도 고려중이다.

 사실 영화는 하나의 매개체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해 더 큰 설렘이 있다. 영화만 보여주는 곳일 뿐 아니라 쉼터이기도 한 커뮤니티(공동체) 공간이 됐으면 한다. 당분간 영화 상영에 집중하고, 이후 남는 공간을 활용해 마을 도서관을 꾸며볼까 한다. 또 누나를 언급 하는데, 누나가 남기고 간 책들이 몇 박스 된다. 누구라도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게 라꾸라꾸(간이침대)도 가져다 놓을 예정이다.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꿈의 제작소’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분명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고 했는데, 포부가 상당하게 느껴진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아닌가?

 △그럴지도 모른다.(웃음) 즐거움을 위해 하는 일이니 취미가 맞을 것이고, 그 취미로 다른 사람도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으니 욕심을 좀 내고 있는지도. 그런데, 스트레스 없이는 즐거움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배우더라도 자유롭게 타기까지 숱하게 넘어지고 땀 흘리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나.

 

▶독립영화·5·18 인권영화 등 상영하고 싶어

 

 더 욕심을 내자면, 망월상영관이 성공해서 수많은 동네 상영관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무슨 동 상영관’ 이런식으로 말이다. 이웃들이 원할 때 필요한 영상을 상영해줄 수도 있고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영관을 구하지 못한 독립영화가 모여들고,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특별한 추억을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주말까지 반납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이미 ‘취미’의 단계를 넘어선 듯 보인다.

 그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망월상영관’의 스크린은 현재 백짓장 상태다. 상영할 영화가 없는 것. 때문에 상영관을 위한 홈페이지 제작도 미뤄지고 있다. 더불어 상영관을 함께 꾸려나갈 젊은이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상영관이 차려진지 이제 한 달. 그는 조바심 내지 않는다. ‘스트레스 없는 즐거움은 없다’고 되뇌이면서.

 지역주민과 밀착한 ‘동네 극장’ 1호가 광주에서도 탄생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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