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다르므로 `일반화’ 위험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건강을 화두로 한 식품이나 약물 소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난치병으로 고생하는데, 무엇을 먹었더니 씻은 듯이 좋아졌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증상이나 질병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시청자) 입장에서 솔깃한 소식이라, 방송사들이 앞다퉈 내보낼 만한 소재일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근래 소개되는 다양한 식품이나 약물에 대한 경험담은 다분히 개인의 특정 상황에 치우친 경향이 있고, 의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자칫 오남용을 유발할까 염려됩니다.
한의약에서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약재의 성질과 맛, 독성 유무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현대 의학의 약리적인 효능과 기전에 대한 연구까지 더해져 약재마다 정해진 용량과 용법이 대부분 정리돼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부연 설명해 드리면, 약재의 성질이라는 것은 각각의 약재들의 차갑거나 따뜻한 속성으로, 우리 몸의 성질(보통 체질이라고도 합니다)에 따라 몸을 데워줄 때는 따뜻한 약재를, 몸을 식혀줄 때는 차가운 약재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입니다. 그리고, 약재의 맛이라는 것은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신 정도로, 관련된 내장의 기능 상태를 조절하거나 표적이 되는 내장에 영향을 미치도록 조정하고자 할 때 필요한 정보입니다. 이러한 약재의 정보들은 각각의 환자에 대한 면밀한 진찰과정 속에서 얻어진 환자의 상태(몸이 차서 문제인지 더워서 문제인지, 어떤 장기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에 따라 몸에 맞은 약을 선별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산과 들에 자라는 무수히 많은 민간 약초는 어떨까? 일부 약초는 화학적 조성물질에 대한 분석이 완료돼 효능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까지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복용자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치료약의 관점에서 환자들에게 권유하기에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식물의 씨앗이나 줄기·잎의 경우 일반적인 식품과 달리 부위에 따라 약리적 작용을 가진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장시간 복용하거나 기간이 짧더라도 농도가 높은 경우 중독을 유발할 수 있고 한의학적으로도 환자들마다 상태(차고 덥고 등)가 다양하여 일반화시켜 복용을 권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복용여부를 비롯해, 적절한 복용 용량과 복용법을 소개 받아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회복하는 길이라고 하겠습니다.
민간 약초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바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라면, 이름조차 생소한 약초나 유별한 건강법보다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과 마음 속에 우러나오는 건강 염려 속에 먹는 한 공기의 따뜻한 밥이 보약이지 않을까 합니다. 몸의 안녕한 상태는 마음의 안녕한 상태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설재욱 <상무청연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