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독일 실정 그려낸 영화 `굿바이 레닌’ 관심
“남한 사회, 북한 받아들일 정책적 준비돼 있는가?”

▲ 영화 `굿바이 레닌’ 한 장면.

 한국의 개천절인 10월3일은 독일에선 재통일 기념일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래 동독과 서독 사이의 왕래가 서서히 자유로워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동독과 서독은 1990년 10월3일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하는 조약에 서명하며 공식적인 통합을 결정했다. 당시 독일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 독일에서는 이 시기를 ‘전환기 (die Wende)’라 부른다.

 영화 ‘굿바이 레닌 (Goodbye, Lenin· 2003)’은 독일의 ‘전환기’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레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산주의 국가를 표방한 소비에트연방의 지도자인 레닌을 사회주의 체제를 내세운 동독에 비유해서, 영화는 전반적으로 통일 과정과 그 이후 동독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상황, 사회의 변화 속도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양상이 바뀌는 모습 등을 다룬다. 동독에서 자란 알렉스와 그의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온 동독의 변화된 풍경과 동시에 잃어가는 가치들을 보여주며, 그 과정에서 동독사람(오씨·Ossi)과 서독사람(베씨·Wessi)이 서로에 대해 갖는 편견과 다른 생활 차이도 나타난다. (통일 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독일인 대다수는 동독과 서독 사이에 여전히 다른 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굿바이 레닌’에서 보여진 동독과 서독의 통합과 시민들의 일상 변화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통일이 될 경우의 한국에서도 예상될 혼란과 전환점을 짚어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독일의 통일 과정은 한국의 분단 상황에 비추어 한국의 통일 방향의 모범 모델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독일 방송사인 도이체 벨레 (Deutsche Welle)에 나온 기사에 나온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독일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답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상황, 유럽과 같이 동아시아 정세를 공동으로 논할 기구가 없다는 점, 그리고 대내적으로 존재하는 깊은 이념의 골과 남북 전쟁의 경험 그리고 단절된 상황 등을 짚는다. 또한 2014년 초 독일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 내용을 언급하며, 한국은 아직 통일에 대한 뚜렷한 아젠다가 없음을 지적한다.

 분단 70년에 들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갈등이 잦아지고 남북 관계는 점점 냉랭해지고 있다. 이산 가족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가운데 세대 차이는 점점 벌어지면서 대부분 젊은 세대는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분단 과정이나 통일을 위한 정책과 조약 체결 등을 배우지만, 개인적으로 ‘왜’ 통일이 필요한지 그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 막연히 통일을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통일’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드물었다고 본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철 지난 상투어는 다양한 사람들의 국가간 이동이 활발해 지고 있는 오늘날 정당화할 근거가 미약하다. 그렇다면 단순히 향후 경제적 ‘대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하나?

 통일 후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보다 우선 강제적으로 가족을 볼 수 없는 이산 가족의 문제, 군사 대치로 사실상 ‘휴전’ 상태를 유지하며 전쟁의 불씨가 잠재돼 있는 한반도의 상황 그리고 인권이 억압된 북한 사회의 현황 등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 남한 사회는 북한사회를 받아들일 정책적 움직임과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 금강산 관광도 막혀 있는 지금,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의 점진적인 교류와 개방 그리고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고민의 숙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영선<독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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