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북구 일곡동 광주교통문화연수원에서 `일곡마을 마을 안 캠핑’이 진행됐다. 100여 개 텐트가 모여 만들어진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물건을 사고 팔고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7일 ‘일곡마을 주민상상광장 마을 안 캠핑’ 열어
-주민들 100여 개 텐트 모여 캠핑 “나누고 즐기고”
-마을화폐 ‘품’으로 물건·음식 사고 팔고 재능나눔도

 지난 7일 광주교통문화연수원 1층엔 100여 개 텐트가 쳐졌다. 주민들이 각자 가족들과 함께 텐트를 채우고 나니, 다시 이 텐트들이 모여 마을이 됐다.

 ‘삶을 가꾸는 일곡마을회의’와 ‘일곡품앗이’가 새롭게 시도한 ‘랄라룰루 일곡마을 주민상상광장 마을 안, 캠핑’이다.

 당초 캠핑은 일곡공원에서 진행하려 했는데 이날 비가 내려 광주교통문화연수원 실내로 장소를 옮겼다.

 “마을 안에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게 이 행사의 기본적인 콘셉트. 각각의 텐트는 주민들의 집인 셈이다.

 캠핑에는 100가족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실제 캠핑을 즐기듯 짐도 한보따리씩 챙겨왔다. 그리고 자리를 잡은 텐트를 꾸몄다. 풍선을 달고, 그림을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도 걸어놓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꾸민 곳도 있다.

 ‘아침이네’ ‘민규네 뽑기가게’ ‘그린이가 그린 그린(green) 하우스’ ‘효주랑 우주랑’ 텐트마다 멋진 이름도 붙여놨다.

 텐트를 꾸미고 챙겨온 짐을 푼다. 어떤 집은 옥수수, 배추김치, 청국장 등 반찬거리를 내놓고 옆집은 만화책을 쭉 깔았다. 입지 못하는 옷과 신발, 문구를 파는 곳도 있다.

 ‘아침이네’의 아침이는 직접 만든 팔찌를 팔았다.

 김한별 양은 그동안 모은 사탕, 할머니가 만들어 준 매실차를 준비해 왔다. 소중하게 아껴온 ‘대왕딱지’를 팔려고 내놓은 아이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곡마을의 ‘작은 마을’은 이내 뛰노는 아이들과 ‘엄마·아빠’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일곡마을이 선보인 마을화폐 ‘품’으로 각 집에서 준비한 물건들과 음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진주와 함께 게임을’ 텐트에선 200품(200원)으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임에서 이기면 선물도 줬다.

 손을 내밀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만큼 이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캠핑에 참여한 황인각 씨는 “아이들과 캠핑을 가본 적이 없다가 우연히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이웃들도 많이 알게 돼 너무 좋다.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면 ‘작은 동네’가 펼쳐졌다. 주민들의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 마술·악기·춤 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환상극장, 사방치기, 비석치기를 할 수 있는 놀이터, 배움터 등. 한 구석에는 ‘마을살이’를 진단해주는 ‘수상한 마을병원’도 있다.

 옛날 이야기 읽어주기를 하던 김현중 군은 “손님이 너무 없다”고 밖으로 나와 ‘수상한 마을병원’을 찾았다. “너무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병원에서 젤리와 음료를 담은 약봉지를 챙겨줬다.

 일곡마을회의 박필순 씨는 “주민들이 각자 `우리 것’을 꺼내와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캠핑을 시도하게 됐다”며 “이 마을 안 캠핑의 각 텐트는 `우리집’, 그 밖에 있는 배움터, 체험터는 `우리 동네’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더 큰 틀에서는 마을학교다”면서 “앞으로 봄, 가을에도 캠핑을 열어 점점 주민들이 `한 번 모이자’고 자발적으로 모여 캠핑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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