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 문제와 밀접…점점 흡사해져
청소년노동 성인보다 위험·열악 “뒷전 안 돼”

▲ 우리 사회 '청소년 알바'는 여전히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출근길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구입한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직장 인근의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산책을 했다. 퇴근을 하고 백화점에 들러 봄옷을 구입한다. 집에 가는 길에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를 주문해서 바로 받아 왔다.

 몇 일 전 필자의 하루를 요약한 내용이다. 필자가 출근을 한 뒤, 집에 돌아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청소년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은 걸까. 편의점, 식당, 카페, 옷가게, 패스트푸드점…모두 청소년 노동자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17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약 18%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 수가 180만 명 정도라고 하니, 약 32만 명의 고등학생이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 중 약 50%가 음식점, 식당,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라서 청소년의 범위를 만 24세까지 확대하면 청소년 노동자는 160만 명으로 더욱 늘어난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는 매일 매일 청소년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로 대표되는 노동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비정규직의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까지 부양할 만큼 충분한 임금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 세대인 청소년들은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 노동은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 노동과 성인의 그것을 구분해 바라보지 말아야하는 이유이다. 청소년 노동의 문제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점차 흡사해지고 있다. 청소년 노동에서는 생소했던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이 이제 배달 대행 업체을 통해서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가.

 학생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청소년들의 노동은 온전히 노동자로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성인의 그것보다 더욱 위험하고 열악하다. 최근에도 LG콜센터 해지방어부서에 현장실습 파견을 나간 청소년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욕받이 부서라고 불리면서 성인 노동자들도 꺼려하는 부서였다.

 더 이상 청소년 노동을 외면하고 사회의 뒷전으로 제쳐두지 말자. 청소년 노동을 바라보는 색안경을 벗고 우리 사회 노동의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하자.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1588-6546

이연주<공인노무사·상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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