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급전이 필요한 노인에게 긴급생활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750만 원까지 빌려주고 5년 간 원금균등상환일 때 이자율은 1.87%로 다른 대출보다 싸다. 따라서 전월세자금, 의료비,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 긴급히 자금이 필요한 국민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공단의 ‘실버론’(노후긴급자금대부)을 활용하기 바란다. 다만, 모든 대출은 언젠가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빚이고, 빚은 시간이 갈수록 이자가 늘기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실버론 누적 대출자 4만 명 넘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4월말까지 실버론을 이용한 누적 인원수가 4만1115명이고 대출금액은 1756억600만 원이다. 이 제도가 2012년 5월부터 시행되었으니 5년 동안 매년 평균 8000여 명이 연간 351억 원을 이용한 셈이다.

 첫 해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2년 5월에 시작되자 마자 그해만 1만152명이 398억6800만 원을 빌려 썼다. 이후 실버론의 이용 노인수와 대출금액은 2013년 7095명(272억4700만 원), 2014년 7198명(276억 원), 2015년 7528명(341억 원), 2016년 6747명(342억 원)이었고, 2017년 4월까지 2395명이 120억9100만 원을 빌려갔다.

 

 ▶실버론, 전월세자금과 의료비로 활용

 국민연금공단이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여 긴급자금을 대부하는 목적은 연금 수급자의 노후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하면 금융기관 등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흔한 방식은 주택매입자금 등이 필요한 시민이 주택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연금수급자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소득이 별로 많지 않고, 소액이 필요할 경우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기도 쉽지 않다. 절차가 번거롭고 담보등기 등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다보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연금수급자가 소액이 필요할 때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고 이자율이 싼 제도가 국민연금의 ‘실버론’이다.

 지난 5년 간 실버론을 대출받은 사람들의 용도를 보면, 전월세 자금이 2만4837명(60.4%)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의료비 1만5569명(37.9%)으로 이용자의 98.3%가 전월세금과 의료비로 쓰고자 대출했다. 이 밖에 배우자 장제비로 대출받은 사람이 1.3%이고, 재해복구비로 쓴 사람이 0.4%이었다.

 

 ▶실버론 이용 전 긴급복지사업 활용해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이라면 국민연금 실버론을 신청하기 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사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낮은 경우에는 ‘주거급여’를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2015년 6월 이전에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었지만, 그해 7월부터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의 사람은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결정되었지만, 2015년 7월부터는 40% 이하는 의료급여, 이를 넘고 43% 이하는 주거급여, 이를 넘고 50% 이하는 교육급여 수급자로 확장되었다. 주거급여의 액수도 서울, 인천과 경기도, 광역시, 기타 지역으로 세분되고, 가구원수에 따라 액수가 달라졌기에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긴급하게 의료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긴급복지를 통해 병원 입원비의 경우 3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75% 이하의 가구는 긴급한 상황에 의료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즉, 소득인정액이 1인 가구는 123만9000원, 4인 가구는 335만 원 이하이고, 재산이 대도시는 1억3500만 원, 중소도시는 8500만 원, 농어촌은 7250만 원이며, 금융재산이 500만 원(주거지원은 700만 원) 이하이면 받을 수 있다. 본인이 기준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거주지 시·군·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상담하거나 129로 전화상담을 하면 된다.

 

 ▶실버론은 빚, 신중하게 활용해야

 연금수급자는 실버론을 최대 5년간 이용할 수 있다. 5년간 원금균등 분할상환을 활용할 경우에 5년 만기 국고채수익률로 갚으면 된다. 2017년 2분기 국고채수익률은 연리 1.87%이다. 원리금은 이용자가 별도로 갚는 것이 아니라, 매달 받는 국민연금 급여에서 원천 공제된다. 이 때문에 대출 상환율은 99.61%로 매우 높다. 처음 도입 당시에는 연대보증과 보증수수료(연 0.5%)를 부과했지만, 2013년 10월부터 이를 해소하여 불편을 줄였다. 대출한도 금액도 2015년 7월부터 500만 원에서 750만 원으로 증액했다.

 실버론의 대출조건이 좋아졌지만, 이것도 대출이기에 꼭 필요한 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실버론을 이용한 어떤 사람은 “2년 전 500만 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국민연금에서 긴급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어요. 하지만 1년의 거치기간이 끝나고 지난해부터 매달 연금액에서 10만 원씩 차감해 갚다보니 내 노후자금을 미리 당겨 쓴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실감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남편의 국민연금 20만 원과 부부의 기초연금 32만 원 등 월 52만 원의 이전소득과 소일거리로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이 가끔 다니던 공사판에서 사고를 당해 당장 치료비가 필요해서 실버론을 받았다.

 이 경우에 일하다 다쳤다면 ‘산업재해’를 강력히 주장하고, 요양급여를 받았어야 했다. 산재보험은 1인 이상 고용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친 경우에는 모두 해당되고, 설사 사용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재해를 당한 사람이 산재를 주장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급여를 주도록 되어 있다. 산재보험료는 전액 사용자가 부담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은 요양급여를 받고, 치료를 마치고도 장해가 생기면 장해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복지제도가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사각지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위의 사례라면 시·군·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 긴급 의료비 신청을 하면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실버론을 받기 전에 다른 복지제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실버론은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연금수급자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대출후 1년이 지나면 본인이 받는 노령연금 등에서 원리금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가기에 미래의 생활자금을 미리 빌려 쓰는 꼴이다. 물론 여유돈이 있으면 대출금을 일시에 갚으면 되지만 이용자의 99.5%가 나중에 받을 연금에서 깎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실비론에 의료비를 신청할 경우에는 먼저 시·군·구청에 300만 원까지 의료비를 긴급지원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국민연금공단도 550조 원이 넘는 연금기금을 활용하여 연금주택을 건립하고, 이를 연금수급자에게 우선 임차하여 주는 사업을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 연금 수급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면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는 복지이다.

참고=국민연금공단 http://www.nps.or.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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