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토크콘서트
광주 청년 학자금 등 1인당 1054만 원 수준
“교육·취업 훈련 등 비용 국가 책임 방기 탓”

▲ 지난달 30일 열린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주제의 청년부채 토크 콘서트.
 “현 세대는 대한민국 최초 부채 세대다. 청년들은 사회와 나오자마자 작게는 핸드폰 소액결제, 카드결제부터 크게는 대학 등록금 대출까지 무수한 부채와 함께 한다. 사실상 태어나자마자 대학을 준비하는 요람에서 상조회사와 함께하는 무덤까지 빚을 지게 되는 거다.”

 광주 청년들이 지고 있는 빚을 솔직히 털어놓고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자리가 마련됐다. “빚은 개인이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인 교육과 취업훈련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방기해서 생긴 문제”라는 입장에서다.

 지난달 30일 광주삶디센터에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같은 제목의 책을 쓴 천주희 작가와 참여자치21 임명규 청년위원장, 광주청년유니온 문정은 위원장, 동강대 나연준 강사 등이 참여해 “우리(청년)는 이제라도 우리가 지고 있는 빚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행사는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과 광주청년유니온에서 진행하는 광주청년부채ZERO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학자금 이자 싸다. 가져다 쓰라’고?

 

 광주지역 청년들의 부채 수준은 심각하다. 광주시가 청년정책 기본 수립을 위해 시행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1명 (33.8%)은 빚을 지고 있다. 또 부채의 평균은 105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실에서 문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대학교 입학 당시를 돌아보며 학자금 대출에 얽힌 사연을 말했다. “당시 부모님이 `야, 그 이자 싸다. 그러니까 가져다 쓰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그 부채가 지금도 많이 남아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두고 경제대국이라고 말한다. 버려지는 음식들도 많고 길거리엔 값비싼 차들이 다니고, 겉으로는 누구도 어떤 경제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그래서 저 역시도 학자금 채무는 제가 잘못해서, 제가 모자라서 발생한 부끄러운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임명규 위원장 역시 대학부터 대학원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았노라고 고백했다. “당시에는 내 자신이 채무자라는 인식조차 없었다”고 했다. “워낙 등록금이 비싸다보니 대학을 다니려면 당연히 대출을 받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고, 그래서 빌릴 당시 이자율이 몇 프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임 위원장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들은 편하게 학교를 다니는 데, 나는 등록금을 벌어보려고 밤낮없이 알바를 하다보니 이런 상황을 떠안긴 가족이 미워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나 강사는 “사실 이런 상처를 지닌 청년들이 많다”며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교육과 복지에 대한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민 결과”라고 지적했다.

 

빚내서 대학 졸업해도 직장이 없으니…

 천 작가는 “소 팔아서 대학에 보낼 당시에는 누군가가 대학에 가면, 이후 가족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통로를 기대했다”며 “IMF 이후 국가는 경제가 나아지면 갚으라는 의도로 사람과 대학생들에게 대출을 장려했지만, 지금 청년실업률이 IMF때와 비슷해지면서 가족과 청년 그 누구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 `당신의 꿈에 투자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어요. 대학을 가서 취업을 하는 것이 꿈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대학을 나오더라도 변변한 직장을 얻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죠.”

 이날 토론자들은 “수입 없이 학자금 대출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결국 식비와 주거라는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포기하게 되고, 여기에 가난과 빚을 숨기면서 심리적 네트워크가 끊어져 고립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청년들은 이제 자신의 부채를 외부에 말하는 `빚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개인이 채무에 대해 홀로 앓고 있으면, 사회는 빚을 지게 되는 알고리즘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밀기만 할 뿐”이라는 것. “청년 부채는 공공영역인 교육과 취업 훈련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방기해서 생긴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빚 숨기지 말고 사회에서 공론화하자”

 임 위원장은 “정부는 청년정책을 일자리에 한정해 생각하지만, 현재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한꺼번에 만들기 힘들다”며 “당장 청년들에게 닥친 문제인 부채와 건강, 주거에 대한 것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조만간 전국의 청년들에게 자신이 지고 있는 부채에 대해서 거부해보자고 제안할 생각”이라며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미상환 불이익에 대비한 안전망을 마련, 우리가 빚을 거부할 수 있는 힘과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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