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결혼식 초대장보다는 `부고’를 더 많이 받는다. 결혼식은 당사자나 혼주가 가족과 친지 등에게 미리 알리지만, 부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핸드폰 문자로 전달되기도 한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생노병사(生老病死)’는 피할 수 없기에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호스피스는 의료행위이다
 대한민국은 2017년 8월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시행했다. 그동안 말기암 환자에게만 호스피스가 시범적으로 활용되었지만, 이제 말기암 외에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호스피스라는 다소 낯선 낱말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임종까지 통증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의료행위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의료결정법상 호스피스는 의료행위이지만 그 뿌리는 봉사활동이었다.
 
 ▶호스피스는 봉사활동이었다
 호스피스(Hospice)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이 가까워 온 환자에게 목숨연명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돕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되었다. 라틴어 Hospes(손님)에서 유래한 말로 성지순례자들이 하룻밤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십자군전쟁으로 인해 많은 부상자들이 생겨났을 때 수녀들이 호스피스에서 이들을 치료하며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호스피스는 죽음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환자의 고통 완화를 돕는 활동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호스피스는 종교적 배경을 가진 병원이나 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주에서는 `천주의성요한병원’이 오래전부터 주로 말기암환자를 위해 호스피스를 실천했다.
 
 ▶호스피스는 치료가 아닌 완화의료이다
 질병을 `치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 말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이후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환자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의원에 통원하거나 입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어떤 질병은 극복하기 어렵고, 모든 죽음은 삶과 연결되어 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가진 환자가 `연명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큰 고통과 슬픔을 주기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말기암 환자처럼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 받기 보다는 통증을 완화하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는 활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호스피스 혹은 완화의료는 `봉사활동’으로 인식되고 `의료활동’으로 간주되지 않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호스피스와 병원은 같은 뿌리이다
 호스피스는 원래 중세 유럽에서 여행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했던 작은 교회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예수 제자 중 스페인까지 선교한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까지 순례하는 것은 대표적인 길(카미노)이었다. 순례자가 병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는 경우, 그대로 그 곳에서 치료 및 간호를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수용시설 전반을 호스피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교회에서 간호를 맡는 성직자의 헌신과 환대를 `호스피탤러티’(Hospitality)라고 불렀는데, 이 단어에서 오늘날 병원을 일컫는 용어인 Hospital이 나왔다. 병원도 호스피스와 마찬가지로 병원의 의미 뿐만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길가의 쓰러진 사람들을 수용하는 시설 전반을 일컫는 말이었다. 호스피스,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이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간호사들이 중심으로 한 호스피스는 1980년대에 영국을 중심으로 완화의학(Palliative Medicine)이 정립되었다. 완화의학은 호스피스와 정신을 공유하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환자돌봄을 제공하고자 한다. 흔히 완화의료 팀은 의료인(종양내과의사, 정신과 의사, 완화의학전문의 및 간호사), 사회복지사, 치료사(재활, 음악, 미술 등), 성직자, 자원봉사자 및 환자와 그 가족 또한 팀원으로서 돌봄에 참여한다. 완화의료에서 돌보는 환자의 영역은 신체적·정신 심리적·사회적·영적 존재론적 영역의 4 가지로서 환자의 총체적 고통에 대응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가망없는 치료를 명목으로 고통을 강요받기보다는 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
 호스피스는 환자가 가족이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근거하여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는 환자만 병원이 제공하는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직후인 2016년 4월부터 정부, 의료계, 법조·윤리계, 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후속조치 민관 추진단과 호스피스, 연명의료 분과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한 후 하위법령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말기 환자 진단 기준, 법률 시행에 따른 관리기관에 대한 구성 및 운영규정, 연명의료계획, 호스피스 신청 등이 정해져 있다. 말기환자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이 진단한다. 그 기준은 임상적 증상, 다른 질병 또는 질환의 존재 여부, 약물 투여 또는 시술 등에 따른 개선 정도, 종전의 진료 경과, 다른 진료 방법의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해당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약물 투여나 시술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 환자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병원이나 집에서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관리할 중앙호스피스센터는 국립암센터에 있다. 중앙호스피스센터는 암 환자들을 상대로 호스피스 사업을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인력 교육·훈련, 호스피스 연구, 사업계획 수립, 홍보 등 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호스피스전문기관이 되길 원하는 의료기관은 국립암센터에 신청하여 지정받을 수 있다. 현재 전문 호스피스 병동에서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 호스피스’가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생존기간이 길고 질환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환자는 일반병동에 입원하거나 가정에서 서비스를 받는 `자문형 호스피스’, `가정형 호스피스’로 확대된다.

 이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2차)은 자문형은 서울성모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20개의 의료기관에서, 가정형은 서울성모병원,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25개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된다. 호스피스를 활용하길 희망하는 환자와 가족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을 찾기 바란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 하위법령에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 중단과 관계된 개정사항도 담겼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말한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을 등록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참고=국립암센터 http://www.ncc.re.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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