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매주 월·수 거리서 서명운동

▲ 중앙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배포하고 있는 홍보지.
 날씨가 선선하던 30일 저녁, 광주 풍암지구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사이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한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단지와 근린공원 주변에서 벌어지는 흔치 않은 서명운동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운동을 하시오?”, “호수공원? 날마다 산책하는 곳인디?”.

 자세한 설명을 들은 시민이 되묻는다. “뭐라고“ 그라믄 안돼제”

 깜깜한 거리에서 손전등을 비춰가며 써내려가는 서명엔 고사리손부터 주름진손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가 이어진다.

 중앙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중앙공원을 함께 지키자”며 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 중 벌어지는 모습들이다.

 시민모임은 지난 7월, 서구지역 17개 단체들이 참여해 결성한 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호동과 풍암동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앞으로 토요일에는 여러 단체가 합세하는 대규모 ‘행동의 날’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1주일만에 시민 1600명의 서명을 확보해 광주시청에 전달했고, 현재는 1만5000명 서명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 서명의 다음 행선지는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들이 시민들에게 알리는 내용은 이렇다.

 “2020년 7월1일, 당신의 중앙공원이 사라집니다”. 공원일몰제로 인해 장기미집행 공원인 중앙공원에 대한 공원부지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30% 개발한다고? 1%도 안돼”
 
 광주시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원의 30%를 민간사업자에게 개발하게 한 뒤, 나머지 70%를 매입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것.

 주민들은 이에 대해 “개발은 절대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서명운동 홍보지를 통해 “1만7000세대가 거주하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넘쳐나는 아파트를 공원에도 짓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늘따순풍암마을 풍두레 박종평 대표는 “1만7000세대가 들어오면 5만 명 정도가 들어오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있는 풍암지구보다도 더 큰 아파트단지가 들어오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된다면 현재 있는 오래된 아파트들은 텅텅 비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시민들이 나선 이유는 1%라도 개발되어선 안된다. 개발은 절대 안된다는 것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공원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오아시스같은 공간이다.

 광주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반경 500m 안에 3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양한 풀꽃나무와 새들의 서식처이자 시민들의 휴식공간,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행사들이 진행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며, 마을공동체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도심 속 공원은 무더운 도시의 그늘이 되고 있으며,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에도 공을 세우고 있다.

 중앙공원은 풍암호수공원 뿐 아니라 멀리 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있는 백일산 쪽까지를 포함한다. 장기미집행 공원 중 유일하게 300만㎡를 넘기는 규모로, 향후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가능한 공원이기도 하다.

 주민 이유진 씨는 “중앙공원에 날마다 간다. 광주에서 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중앙공원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혜택을 보면서도 실상을 몰랐는데 시민모임 활동을 통해 알게 됐다. 답답하고 뺏기는 듯한,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중앙공원이 없어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민간공원 개발 외 방안 마련해야”
 
 1999년 헌법재판소가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토지소유주들의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내리고 2020년까지 기한을 둔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중앙공원의 공원조성률은 6.3%에 불과하다. 1975년 중앙공원이 공원으로 지정된 뒤 42년 동안 조성한 게 6.3%인 것.

 시민들은 광주시의 노력이 너무나 미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풍두레 박종평 대표는 “1차적으로 시의 책임이 크다. 현재 시장 뿐 아니라 전임 시장들도 시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활동이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화가 난다”면서 “지하철 2호선 추진, 조금 미뤄도 되지 않나, 우선 기한이 정해져 있는 급한 공원부터 막을 수 있는 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민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과 바람을 정부에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시·정부 정치권에 △민간공원 개발 철회 △광주시 공원매입예산의 시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예산확보 △중앙공원 토지매입 예산의 국가 지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외 중앙공원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앙공원 외에도 중외공원과 일곡공원에서도 시민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중외공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은 매주 토요일 진행하는 중외공원 야외음악회에서 공원일몰제로 인한 중외공원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모아진 서명은 중앙공원 시민모임과 함께 정부로 전달될 계획이다.

 일곡공원에서는 한새봉두레를 중심으로 북구지역 시민모임들이 조직 중에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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