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성명
“할머니들 권리구제 더 이상 늦춰선 안돼”
광주 변호사 201명 “당리당략 벗어나
정치권 신속히 임명 동의 나서야”

▲ 지난 5월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종합적 해결 모색 국제회의’에 참석한 일본 ‘나고야 소송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법원에 4년째 계류돼 있는 일제 강제동원 관련 재판에 대해 조속한 최종 판결을 촉구했다.<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정치권 갈등으로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 조속한 국회의 대법원장 임명동의 절차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9일 성명서를 내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헌재소장에 이어 사법부 최고기간의 수장마저 공백상태에 있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헌법의 근간인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고의 법원이자, 각종 분쟁 해결의 최종 판단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영향력은 지대하다”며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대법원은 그 기능과 역할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켜왔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 활동의 핵심 중 하나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이 대표적이다.

시민모임은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과 관련해, 기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개인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바 있다”며 “이후 대법원 판시 취지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부산고등법원에서 차례로 원고의 청구를 인정해 승소 판결한 뒤 2013년 7월 대법원에 재상고 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법원은 만 4년이 지나도록 최종 판결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사건 역시 2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시민모임은 “대법원은 이미 2012년 5월 파기환송 판결이 있기까지 3년 동안(대법원에 2009년 상고된 사건을 2012년에 판단) 관련 사건을 다룬 바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대법원에 사건이 처음 계류된 2009년부터는 만 8년, 대법원이 직접 쥐고 있는 것으로 쳐도 만 7년 동안 대법원에 의해 사건이 묶여 있는 셈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소송이 지연되는 사이 많은 피해자들이 최종 판단을 보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2000년 제기된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징용 피해자 사건의 경우 17년 동안 사건이 길어지면서 애초 피해 당사자였던 원고 5명 모두 돌아가시고 말았고, 2005년 제기된 신일본주금 징용 피해자 사건의 경우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얻고도 대법원 최종 판단을 보지 못한 채 그 사이 원고 4명중 2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 비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건뿐인가”라면서 “이를 바로 잡고, 사법부의 최고 기관인 대법원이 하루빨리 제 기능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공석 상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지방병호사회 소속 201명의 변호사도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대법원장 임명동의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삼권 분립의 한축인 사법부의 공백사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약 3000명의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대법원장의 공백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대법원 소부에서 갈리는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득실만 앞세우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며 “지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색깔공세와 인신공세에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반대 명분은 당리적 저울질에 따른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야당은 헌재소장에 이어 대법원장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여당 역시 협치의 자세를 견지해 비정상적 국가상황의 불행을 막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도 국민의당 광주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24일까지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이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땡깡부린다”는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에 사과하면서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인준 절차 협의에 응하겠다”고 밝혀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강한 반대, 국민의당의 ‘자유투표’를 고려하면 임명동의안 부결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