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시연
풀 한포기·나무 한그루 의미까지 문답 가이드

▲ 소쇄원을 거닐며 양산보와 김인후로 변신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조선시대 정원의 원형으로 꼽히는 담양 소쇄원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얽힌 이야기를 각계의 전문가들을 통해 맛깔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30일 전라도지오그래픽은 프레스 오픈을 통해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이번 프로그램은 소쇄처사 양산보와 ‘소쇄원 48영’을 쓴 김인후의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이 뛰어드는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다.

 담양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선비 양산보가 조성한 정원으로, 한국 정원의 원형으로 손꼽히는 명승지다.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당해 죽게 되자 벼슬을 단념하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 그때 조성한 공간이 소쇄원으로, 양산보는 당대의 지식과 학문을 결합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까지 각기 가치와 의미를 담았다.
 
▲전문가들 양산보·김인후로 분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공간 설계자를 가이드로 소쇄원을 기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역사, 철학, 건축, 한학, 미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양산보’로 변신, 관람객을 상대로 소쇄원 조성 당시 의도와 숨겨진 이야기를 설명하게 된다. 이번 프로그램엔 ‘소쇄원 48영’을 지은 하서 김인후가 동행한다.

 양산보의 절친이자 사돈이기도 했던 ‘김인후’는 극단 신명의 정찬일 대표, 극단 깍지와 탭댄스 탭 탑의 김호준 대표, 극단 바람꽃의 이정진 공동대표 등 광주 연극계 전문가들이 나섰다. ‘김인후’ 가족의 식솔이 된 관람객들은 양산보와 김인후의 문답을 참관하고 질문하며 소쇄원을 이해하게 된다. 두 선비의 대화는 소쇄원의 실체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을 토대로 광주여대 임준성 교수가 각본을 썼다.

 양산보의 역할을 맡을 전문가는 매회 무작위로 선정한다. 건축분야에서는 천득염·김재웅 교수, 국문학 분야는 김대현·임준성 교수, 동양철학에는 전남대의 이향준 박사와 금곡서당의 서상일 훈장, 조선대학교의 안동교 박사가 수행하며, 소쇄원 내력의 전문가로는 광주교대 김덕진 교수가 나선다. 소쇄원에 오랫동안 머물며 그 일상을 경험한 바 있는 환벽추구학당의 강기욱 훈장과 포플레이의 나의승 음악칼럼니스트, 하성흡 화백도 함께한다. 특히 소쇄원 48영을 화폭에 담아냈던 하 화백은 미학적 관점에서 진행하게 된다.

 또한 관람객들은 양산보가 생존했던 1550년대 조선 초기 복식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한복을 입고 소쇄원을 거닌다. 성인남녀와 아이들의 포류가 총 14벌 준비됐으며, 이는 광주대 안명숙 교수의 고증을 통해 완성됐다.
 
▲처사밥상·거사밥상…먹을거리도 재현

 소쇄원 인근 2km 가량 떨어진 광주 평촌마을 ‘무돌길 쉼터’에서는 양산보의 정신을 담은 특별한 밥상을 판매한다. 안빈낙도를 담아낸 ‘처사밥상’과 시대 호걸의 삶을 반영한 ‘거사밥상’이 그것이다. ‘처사밥상’은 “평생 고사리만 먹고 살았다”는 말이 내려올 정도로 청렴했던 처사공 양산보의 밥상을 재현, 육류의 사용을 줄이고 두부와 채소를 이용한 담백한 밥상이다. ‘거사밥상’은 ‘도를 지켜서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자 ‘지식이 있는 지도자적 인물’을 일컬는 거사의 삶을 담아 돈육과 제철 해산물, 두부 요리 등을 통해 마련한 상차림이다.

 전남대 박진석 박사가 평촌마을의 무돌길 쉼터 장인자 부녀회장과 함께 개발했으며, 밥상에 쓰일 그릇은 인접한 충효동 도요지의 분청사기를 재현한 평촌 도예공방의 이은석 도예가와 토인공방의 김영설 도예가의 작품을 활용한다. 또한 밥상은 인접한 남원의 목공예품을 쓸 예정이며, 해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재료 역시 평촌마을에서 채취·재배한 것을 사용해 지역 경제에 환원하는 ‘공정 여행’을 표방한다.

 20여년 전 소쇄원에서 지킴이 역할을 한 바 있는 전고필 총감독은 “한해 24만 명이 소쇄원을 방문하지만 그 뜻을 알지 못하고 표피만 보고 가는 것이 오래 전부터 안타까웠다”며 “광주 환벽당, 풍암정, 나주 영모정 등 전라도에만 약 500개의 누정이 있는 만큼, 이곳을 단순 경관용으로 두지 않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소쇄원의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양군,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등을 통해 소쇄원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의 모든 누정과 정자, 궁궐의 정원까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도록 지속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3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홈피서 신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운영될 이번 프로그램은 12월16일부터 3월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5명, 오후 5명의 성인과 아동 남녀를 대상으로 모집하며, 약 1시간 30분가량 펼쳐진다.

 프로그램은 소쇄원 입장료와 의복비, 분장비, 식비(처사밥상) 등을 포함해 유료로 진행되며, 청소년은 1만2000원, 성인은 1만5000원이다. 행사 일주일 전까지 예약이 가능하며, 소쇄원 홈페이지 (http://www.soswaewon.co.kr)와 블로그(http://blog.naver.com/namdogofeel/)에서 예약하면 된다.
문의 : namdogofeel@naver.com / 062-225-2015.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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