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부초 박우연 교사 교육부장관상
탈북학생 학교 적응 고군분투 공모전 수상

▲ 광주 금부초 박우연 교사가 탈북학생을 만나면서 학교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교육사례가 화제다.
“가정방문에서 아이 어머니를 만났다. 좁은 배와 차 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발각되고 쫓겨날까봐 떨었고, 어렵게 한국에 입국해선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았다고 했다. 맘이 아팠다.”

한 교사가 탈북학생을 만나면서 학교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교육사례가 화제다.

광주광역시 금부초등학교 박우연 교사는 7일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8회 탈북학생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초등 개인 부문에서 최고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박 교사의 회고담을 통해 1년간의 학교생활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박 교사는 1학년 남학생 ‘꿈틀이’(가칭)를 올해 3월 처음 만났다. 어리지만 빨리 통일이 돼 사촌형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중국인 아빠와는 왕래가 적었다. 형제가 없고 집밖에서 따로 노는 친구도 없었다. 엄마는 일을 하셨고 학교가 끝나면 옆집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집중력이 좋았고 채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꿈틀이와 박 교사가 함께한 1년은 다채로웠다. 박 교사는 아이와 함께 어울리기 위해 가족 텃밭학교에 등록하고 풍암동 친환경텃밭을 분양받았다.

손잡고 호동이네 별밤캠프, 굿네이버스 가족캠프, 남도 한바퀴 등 외부 행사에도 참여했다. 가족캠프엔 엄마?아빠 대신 갔다. 어머니와 꿈틀이를 초청해 본인 집에서 잠도 자고 야구장, 뮤지컬극장, 영화관, 양동시장, 지하철 체험(?) 등 꿈틀이 나이 또래가 가봤을 곳은 다 갔다.

여름엔 소쇄원과 죽녹원을 보고 장성 백양사 숲길도 걸었다. 어버지와 소통에 도움이 되도록 한자6급 자격증도 취득하도록 했다. 9월엔 꿈틀이와 1학년 전체 아이들이 ‘꾸러기 나눔 장터’를 열었다. 발생한 수익금 절반과 남은 물건은 기부했다.

꿈틀이 학생은 이날 토끼 인형을 가져왔는데 팔지 못 했다. 장난감은 1학년4반 아이가 가져온 색연필과 바꿨다. 안 팔린 인형, 엄마 모자, 본인 옷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꿈틀이는 기부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바꾼 색연필을 맘에 들어 했다.

박 교사와 꿈틀이가 분양받은 텃밭에서 벌인 활동은 더 특별했다. 텃밭에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1학년 학교수업(봄-여름-가을 교과)과 연계해 씨앗 관찰부터 시작했다.

4월엔 다양한 씨앗과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 모종을 심고 토요일마다 물을 주고 지지대를 세우고 잡초도 뽑았다. 함께 지역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 텃밭 관련도서를 읽고 또 읽어줬다. 박 교사는 11회에 달하는 ‘텃밭 부모교육 특강’에도 참여했다. 박 교사는 “텃밭 활동은 저도 처음이라 열심히 갔다”고 말했다.

6월엔 꿈틀이와 1학년 친구들이 상추와 각종 채소를 학교 앞 노인복지센터에 전달했다. 9월엔 고구마를 수확해 할아버지?할머니께 오후 간식으로 드렸다.

좋아하는 채소와 친구 얼굴을 그려 텃밭 이름표 팻말을 세웠고 텃밭에서 딴 나뭇잎에 색을 칠해 ‘나뭇잎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체험학습을 갔다. 채소이야기로 대본을 만들어 ‘채소 가면 연극제’를 개최했고 텃밭 채소와 꽃을 이용해 ‘채소 연’을 만들어 날렸다. 허수아비도 세웠다. 아이들은 ‘개성만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텃밭 채소를 이용해 또띠아 등 12가지 요리를 만들고 그 경험으로 ‘1권뿐인 나만의 요리책’도 완성했다. 꿈틀이는 “내가 작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이 갔다.

박우연 교사는 “농부가 밭을 일구듯이, 설레는 길을 함께 걸으며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을 채워나갔다”며 “수줍게 웃던 아이가 크게 소리 내어 웃을 때, 선생님과의 짝꿍시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함이 한 가득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학생에 대한 배려와 헌신의 결과로 보인다”며 “탈북학생 교육지원 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우리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