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키웠는데, 이웃 사랑이 자랐네!
한 해 배추 농사 김장 후 마을 어르신과 나눔
광주광역시 광산구 옥동에 위치한 광주평동초는 생태교육과 나눔교육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특성 모두가 공존하는 지리적 여건은 생태교육을 하기에 맞춤인데다 지역 공동체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나눔교육의 뿌리가 더 잘 뻗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그 토대다.
평동초는 올해 학생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김장을 해 동네 어르신들과 나눴다. 작년까진 큰 규모의 노인복지관에 나눴지만, 올해부턴 주변 16개 마을 경로당을 돌며 ‘사랑나눔 봉사활동을 벌였다. 김치를 나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하루 동안 어르신들의 손자가 돼 인연을 맺는 활동도 진행했다.
▲생태·나눔교육 이어지는 연결고리 정착
평동초 김용진 혁신연구부장은 “학생들이 직접 마련한 김치를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어르신께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더 큰 교육적 효과를 본다”면서 “영산강 쓰레기 줍는 활동과 같은 일시적인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나눔의 기쁨을 체감하는 과정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평동초 학생들만 나눔의 기쁨을 누리는 게 아니다. 평동초 학부모들 역시 학생들에게 필요한 농사 지식이나 물리적 지원에 대한 공유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15년부터 아버지들이 주축이 된 ‘생태지원단’은 농기계 등을 지원하며 농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장 담그기 행사를 진행할 때도 학부모들의 지원이 컸다. 18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해 김장 일손을 보탠 것. 현재 전교생이 89명인 것을 고려할 때 학부모 참여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평동초 역시 학부모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다. 평동공단에 근무하는 학부모들이 많고 농사를 짓는 학부모들이라도 학교 운영에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학교 안팎의 자원을 활용한 교육방식을 택함으로써 학부모들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
평동초 혁신학교 1기 혁신부장을 맡았던 김양중 연구부장은 “학교 밴드(SNS)를 운영하며, 학부모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행사 후 협의회에서 학부모들도 한 주체로 참여하면서 점차 영향력이 확대되는 중”이라며 “학교가 발전하는데 학부모의 지원은 큰 동력이 됨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팎 자원 활용하니 시너지 효과 커”
평동초의 생태교육은 교육과정재구성의 형태로 모든 학년에 적용된다. 5학년의 경우, C·I·A(Callenge·Investigate·Act) 프로젝트 일환으로 생태교육과 진로교육을 연계하고 창체시간과 묶어 33시간을 할당했다. 텃밭가꾸기 뿐만 아니라 토끼 키우기 등 중장기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평동초는 혁신학교 1기를 거쳐 올해 재지정 1년차를 보냈다. 작은학교라는 한계 속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오히려 큰 전환점을 맞고 있는 중이다. 평동초의 교육방식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4년 전에 비해 학생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내년엔 학생 수가 90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에 자리한 평동중학교가 특성화학교이자 혁신학교로서 역량강화에 중점을 둔 교육방식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평동초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동초는 학구를 넘어 광산구 전 지역에서 입학이 가능한 자율학교인 것.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특성을 겸비한 학생들이 모이는 구조다.
평동초 김길심 교장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는 평동초의 특성 상 어려움도 없지 않지만, 오히려 다양성을 몸으로 학습하고 다름에 대한 이해가 커지는 것 같다”면서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유정종 교감 역시 “학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라는 가치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며 “생태감수성이 자라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배우는 행복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김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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