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구속’·제도 개혁 새해 과제로

▲ 금남로를 가득 메운 촛불.
 해를 넘기고, 촛불은 ‘혁명’이 되었다.

 2016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집회였다. 매주 토요일. 분노한 시민들은 80년 5·18민중항쟁의 현장이었던 금남로로, 옛 도청으로 향했다. 1000명을 넘기기 힘들었던 금남로 촛불인파는 15만명(주최측 추산)까지 늘어났다. “이게 나라냐”는 푸념과 “박근혜 퇴진”을 열망하는 외침이었다. 촛불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이뤄냈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채 새해를 맞는다.

 그리고 2017년. 촛불은 계속됐다. 광주시민들은 새해벽두부터 촛불을 들었다. 주제는 ‘송박영신(送朴迎新)’. 송구영신을 비꼬아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였다.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왔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고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문을 읽을 때, 5·18민주광장에 모여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 자리에서 울려퍼졌고 만세삼창으로 이어졌다.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부정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주권재민의 승리”라며 시민에 큰절을 올렸다. 18차례 모인 촛불의 성과였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 구속됐다.

 4월 15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마지막 21차 광주시국촛불대회를 열었다.

 촛불은 이제 대선 국면을 맞는다. 무능했던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적폐청산’을 대선의 화두로 올렸다. 촛불로 파생된 조기대선은 ‘장미대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5월 9일 조기대선. 광주의 선택은 “나라다운 나라”를 주창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61.1%)이었다.

 탄핵부터 정권교체까지 이끌어낸 촛불 민심은 촛불‘혁명’으로 평가됐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1700만 시민들에게 ‘에버트 인권상’을 줬다. 수상자로 나선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자 장애진 씨는 “촛불집회에서 부상자도 없었고 연행자도 없었다.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기 때문이다”라며 “돈이 아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는 2016년 9월 7일부터 이듬해 4월 15일까지, 모두 21차례 진행됐다. 연인원 57만여 명이 참석했다. 자유발언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은 집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집회 후 쓰레기 정리, 사건사고방지 등 성숙한 시민의식도 보여줬다. 자발적 모금에는 2억9000만 원에 이르는 돈이 모였다. 시민단체, 학생, 문화예술인들의 자원봉사도 빛을 발했다.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추모했던 4월 15일 21차 시국촛불대회를 마지막으로 5월 31일 해산했다.

 그리고 10월 28일.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광주시민대회가 금남로에서 열렸다. 이날 시민들의 손에는 ‘이명박 구속’, ‘반전평화’, ‘세월호’, ‘정치개혁’, ‘교사·공무원 노조’ 등 다양한 개혁 과제들을 담은 피켓이 들려 있었다.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임추섭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촛불 1주년은 아직도 진행형인 미완의 혁명이다”며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촛불헌법 쟁취를 통해 우리 함께 미완의 촛불혁명을 반드시 완수하자”고 주장했다.

 촛불은 이제 2018년을 맞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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