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두 갈래길]‘호남홀대론’ 민주 독식 구조 깨
“전국화 한계” 통합 대안…사실상 ‘탈호남’ 민심 착잡

▲ 지난해 12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들고 광주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광주드림 자료사진>
 안철수와 유승민. 양 정당 대표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맞잡은 두손을 높게 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선언했다. 통합개혁신당.

 안 대표는 통합을 선언한 자리에서 “국민의당의 뿌리는 호남”이라고 했다. “이번 통합은 호남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결같이 통합을 반대해왔던 호남의 목소리는 분노로 변했다. 호남지역 출신 의원들은 “보수대야합”이라며 통합을 깎아내렸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생각은 의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를 키워낸 호남, 애증의 세월을 거쳐 결별의 수순에 들어선 모양새다.
 
▲호남 반문정서를 대변하다

 안철수와 호남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안철수의 성장엔 ‘호남홀대론’이 있었다.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혜성같이 한국 정치에 등장했다.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면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양보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안풍’의 시작이었다.

 이후 2012년 18대 대선에서 ‘새정치’를 앞세우며 출마한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다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문재인 지지를 표방했으나, 선언 후 칩거 그리고 대선 투표 당일 미국 출국 등의 행보가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민주당과 연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대표직을 맡는다. 그리고 2015년, 당 혁신안을 두고 문재인 당시 대표와 갈등을 겪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게 된다.

 호남과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된다. 새정연에서 나온 안 대표는 곧바로 신당 창당작업에 들어간다. 여기에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던 소위 동교동계 의원들이 합세하며 국민의당이 창당된다.

 ‘호남홀대론’으로 대변되는 호남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실망, ‘반문재인 정서’를 타고 일어난 결과였다.
 
▲호남 정치판도를 바꾸다

 호남발 안풍은 결국 총선에서 일을 낸다. 2016년 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당은 녹색바람을 일으켰다. 호남 28석 중 23석을 얻어냈다. 압도적 지지였다. 광주의 경우 8석을 모조리 싹쓸이하며 ‘호남 대표 정당’이 된다.

 이를 통해 안철수 대표의 숙원이던 ‘다당제’가 이뤄졌다. 국민의당은 일약 원내 3당으로 떠올랐다. 안풍이 현실정치에서 낸 첫 성과였다.

 이는 호남정치에서도 큰 성과였다. 민주당 일색이던 호남에선 선거는 하나의 ‘공식’이었다. 일당독점이 지속되며 선거를 무색하게 하는 ‘공천 전쟁’으로 인해 “깃발만 꽂으면 승리”, “본선보다 예선이 중요”하다는 것. 호남의 선택은 그 공식을 깨뜨렸다. 호남민들에게 민주당 외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 사건이었다.

 2018년 안철수 대표는 ‘외연확장’ 과제에 직면한다. 19대 대선 패배 이후 다시 당대표 자리를 맡은 안 대표는 곧바로 지방선거 정국을 맞닥뜨린다. 전국에 후보를 내고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었다. 중도·보수 층과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두고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통한 제3정당 구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은 줄곧 통합을 반대해왔다. “당의 기반인 호남 민심이 반대하는 통합”, “자유한국당과 합당을 노리는 ‘보수대야합’의 시작”이라는 게 이유다. 독자적인 신당 창당까지 논의되면서 국민의당은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호남 탈피 전국으로…통할까?

 통합반대파의 창끝은 다시 안철수 대표에게 향한다. “말로만 외연 확장, 속내는 호남 지우기”라는 성토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고 있다”, “새정치가 구정치됐다”며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적폐세력과 통합 추진을 호남 민심이 완전히 떠나버렸다”며 “떠난 것은 안철수가 대표로 있는 국민의당에 대한 민심으로, 안철수 대표가 떠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전 대표도 “자유한국당과 대통합의 문을 여는 반호남 지역패권의 부활이자 남북관계를 이명박근혜 시대로 되돌리려는 냉전 회귀 선언”이라며 “깨끗하게 당을 나가서 뭐든 하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이에대해 18일 바른정당과 통합을 선언한 자리에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 통합은 정체성의 확장이다”며 “이번 통합은 호남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내홍과는 무관하게 호남민들의 눈은 이제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12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8%. 민주당의 60% 지지율에 비하면 초라하다.

 유권자들은 6월 13일 또 한번 투표장에 선다. 제 7회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유권자들에게도 한 표 씩이 주어진다. 호남의 정서를 대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대표도 다시 심판대에 선다.

 안철수 대표가 밝힌 지방선거 목표는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2번째 정당이 되는 것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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