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숲 ‘행복나눔드림실’ 슬그머니 이용시간 줄여
관리 편의 차원… “공무원 일과시간에만 이용하라”

▲ 광주시민청사 1층 시민 공간들. 최근 이용시간을 공무원 근무 시간내로 조정하면서 시민숲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민선 6기 들어 광주시가 시민들에게 개방한 청사 1층 ‘시민숲’ 행복나눔드림실이 슬그머니 이용시간을 줄여 원성을 사고 있다. 모임 공간이 부족한 시민들을 위해 개방된 시청사 공간이 평일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바뀐 탓이다.

 관리 편의에 따른 것으로, 공무원 일과시간에만 시민 개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초 취지였던 “시민이 주인되는 청사”와는 배치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 “행정위주로 사용돼온 시청사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시청사 1층 활용방안에 대해 시민의 아이디어를 수집했고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그리고 윤장현 시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시민숲’이 개장했다.
 
▲‘행복·나눔·드림실’ 이용시간 축소

 이 가운데 시민들이 자유롭게 무료로 소모임·토론·회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행복·나눔·드림실’은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 누구나 위치를 알고 있고, 주차공간도 많이 확보돼있고 공무원들의 행사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민행사, 시민단체 활동, 토론회, 보고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다. 특히 주민센터 등 다른 공공기관과는 달리 평일 저녁 9시까지, 주말에도 이용 가능했던 점은 호평을 받았다.

 광주시는 시민숲 개장 당시 “시청 방문객이나 시민들의 소규모 모임 공간을 지원하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새로운 재료를 더한 다양하고 유연한 행사 장소”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광주시는 슬그머니 운영 시간을 축소했다. “관리·안전 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청사 행복나눔드림실 운영시간이 변경된 것은 지난 5월 8일부터다. 평일의 경우, 기존 9시까지 이용 가능했던 것과 달리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주말에는 아예 이용할 수 없다. 사실상 “공무원 일과시간에만 이용하라”는 것이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화재 등 안전 상의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운영시간을 축소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화재 뿐 아니라 기자재 대여 등에서도 주말 이용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민청사 사실상 연중 무휴

 행복나눔드림실을 잘 이용하던 시민이나 단체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과시간 후 만나 활동하는 일이 많은 시민단체의 경우 더 그렇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잘 활용하던 공간이 갑자기 사라지니 아쉬울 뿐이다”며 “실제 올해의 경우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기총회 등 연례행사를 포함, 저녁이나 주말 모든 행사를 여타 유료공간을 찾아 개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선6기 들어 윤장현 시장이 시민숲을 마련할 때 ‘시민이 주인되는 시청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며 “공무원 일과시간에만 이용하라는 것은 시청사 주인이 여전히 공무원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광주시청사 ‘닫힌’ 공유는 모델로 삼은 서울시민청사의 열린 공유와 비교돼 더 초라하다.

 서울시는 청사 지하 1·2층 공간을 ‘시민청’으로 운영·개방하고 있다. 특히 갤러리나 대형홀·워크숍룸·회의실 등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주말 모두 오후 9시(동절기 8시)까지다.

 시민청 관계자는 “서울 시민청의 경우, 신정·구정·추석 딱 3일을 빼곤 연중무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또 “시민청 관리 담당 파트를 만들어 4명을 배치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관리운영을 하도록 당직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운영 상의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청을 서울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좀 더 유연한 운영이 가능했던 것.

 반면 광주시 업무체계를 살펴보면, 담당 공무원 1명이 시민숲을 포함, 대회의실·소회의실·안전체험관 등 시청사 대관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공무직 근무상황 관리, 소모품 출납 관리, 안내표지판·게시판 관리, 석면 유지관리 등 수많은 업무를 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 스스로 운영하는 구조 만들어야”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시민숲으로 인해 시청사가 개방돼 업무는 늘어났지만 인력은 그대로”라며 “최근에는 오히려 담당 팀 인원이 줄어버려 운영 상의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이같은 비판은 시민숲 설계 당시부터 지적돼왔다.(본보 2015년 3월 27일자) 시민숲 용역을 맡은 티팟 조주연 대표는 “시민들이 청사를 스스로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청사 내 공간을 시민들에게 주지 않는다면 무늬만 시민청사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5월, 시청사 18층 전망의 쉼터·체력단련실·요가실 등을 별다른 행정예고도 없이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해 논란을 일으켰다. 출입구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고 공무원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후 광주 인권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역시 ‘공무원 일과시간’ 내에만 개방토록 조치한 바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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