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는 2200여 개… “쓸 데가 없다”
2015년 오픈 포털 등록 자원…대다수 시간 제약

▲ 광주시청사 1층 시민숲에 조성돼 있는 회의 공간.
 “쓸 수 있는데가 없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공유광주(www.sharegj.kr)’ 포털을 뒤져본 경험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공유광주’는 지난 2015년 광주에 있는 공유자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집대성한 플랫폼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포털에 소개된 공유자원은 총 2211개로 회의실 189개, 강당 20개, 공연장 22개, 체육시설 369개, 주차장 151개, 화장실 1337개, (공공)자전거 56개, 장난감(장난감도서관) 9개, 기타(스튜디오, 청소년 숙박시설 등) 68개 등이다.

 화장실이 공유자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화장실, 공유자원의 절반 차지

 공유자원 중 ‘공유공간’으로 볼 수 있는 회의실은 대부분이 각 동주민센터의 회의실들(약 70%)이다.

 이용료가 ‘확실히’ 무료인 것도 동주민센터 회의실뿐이다.

 하지만 동주민센터의 각종 공간들은 이용시간이 ‘오전 9시~오후 6시’로 제한돼 있다. 일부 동주민센터의 경우 자체 프로그램이나 동행사 등을 이유로 개방할 수 있는 요일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7일 북구의 한 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저녁 6시 이후로 이용할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했는데 단번에 “저녁 6시 이후론 개방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혹시 이용료를 내도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퇴근 시간 이후 개방하게 되면 직원이 상주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불가’란 답을 재확인했다.

 공간 공유가 공무원 퇴근 시간에 맞춰진 것.

 다른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저녁 6시 이후로는 보안 문제로 인해 공간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고 말했다.

 각 기관의 사정과 관리·운영의 편리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시민들의 자유로운 공간 이용이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수완동 등 일부, 야간에도 공간 개방
 
 시민들의 마을 활동이 활발한 일부 지역은 이용문의가 들어왔을 때 협의를 통해 개방하는 곳도 있긴 했다.

 우산동주민센터, 수완동주민센터 등은 공무원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도 이용문의가 들어올 경우 행사의 성격이 공익성인지를 따져 개방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수완동주민센터 관계자는 “2016년부터 야간, 주말에도 공간을 주민들에 개방하고 있다”며 “공무원이 없는 시간대에는 ‘시설사용승인 신청서’를 작성하면 보안카드를 제공해 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은 ‘공유광주’ 포털엔 전혀 안내가 돼 있지 않았다.

 하나같이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라는 이용시간만 적혀 있을뿐. 각 시설마다 다른 운영 방침은 이용자가 직접 이곳저곳 문의를 해봐야 알 수 있었다.

 한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2015년 당시 포털(공유광주)을 만들 때 일괄적으로 정보를 취합했는데 우리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구청에서 한꺼번에 광주시에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공간 이용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 양동주민센터 회의실은 유일하게 ‘공유광주’ 포털에 개방시간이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로 나와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양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회의실 개방시간을 그렇게 운영해 왔다”고만 설명했다.

 평동주민센터 2층 회의실은 토요일, 일요일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고 이용시간을 안내해 놓고 바로 옆에 ‘※ 주말개방은 15. 5. 9. 까지’라는 참고 사항을 적어놨다.

 ‘공유광주’ 포털은 2015년 8월에 문을 열었으니 사실상 이땐 이미 주말 개방을 하지 않던 시기였는데도 포털엔 이전 이용시간이 그대로 안내가 된 것이다.

 실질적인 공간 공유와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점별로 각 ‘공유 공간’들을 담당할 주민을 선발,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공유자원의 ‘개요’만 안내할 것이 아니라 공유자원 별로 언제 이용이 가능한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주말 이용 가능시엔 비용 지불해야

 각 복지관 프로그램실, 다목적실은 저녁이나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한데 이용료를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광주시가 운영하는 김치타운, 5·18교육관, 일가정양립지원본부,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비롯해 광주테크노파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등도 저녁이나 주말에 이용이 가능하지만 유료였다. 이용료는 시설마다 기준이 다 다른데, 시간당 1만~5만 원이 보통이었다.

 이러한 공간 대관을 ‘공유자원’의 개념과 같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광주시가 설명하는 공유공간의 개념은 “사용하지 않는 주거공간, 주차장, 운동시설 등을 공유하는 공유공간”이다. 이게 “대관이 안 된 공간을 안내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시민사회 활동가는 “기존에 유료로 빌려 쓸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해 혼란스럽다”며 “돈 내고 쓸 수 있으면 굳이 ‘공유 공간’이라는 곳들을 찾아보진 않을 거다”고 말했다.

 ‘공유광주’ 포털을 만들면서 ‘숫자’에만 몰두해 공유자원을 취합하다보니 광주시 스스로 공간 대관과 공간 공유의 경계와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 꼴이다.

 한편, 광주시가 2015년 ‘공유광주’ 오픈 당시 공유자원은 총 2096개로, 그동안 늘어난 공유자원은 115개에 불과하다. 화장실이 118개가 늘어나 공유자원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오히려 회의실·강의실 등은 숫자가 줄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