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의지하고 모이는 청년센터 됐으면”
청년실업·비정규직 해법 고민 사회통합센터·청년유니온 활동

▲ 배준영 청년.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풍부하게, 개성을 살려서)

 △안녕하세요. 전국을 떠돌다가 지금은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광주청년센터the숲 운영지원팀에서 일하고 있는 배준영 이라고 합니다. 평소 광주드림을 열심히 읽었는데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하게 되니 신기하네요.
 
 -광주가 태어난 곳도 학창 시절을 보낸 곳도 아니신데, 광주랑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광주에 내려온 지는 이제 3년 정도 되가네요. 광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고요.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지만 첫 직장 생활을 광주에서 했었구요. 부모님들도 이쪽과는 인연이 없으세요. 제가 처음 광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봤을 때였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나와는 거리가 있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때는 영화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내가 태어나기 얼마 전에 사람들이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많이 죽고 다치고 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서 많이 슬퍼했었어요. 이후에 5·18 기행으로 광주를 찾기도 했었구요. 그래서 광주에 내려오기로 한 것도 어렵지 않았어요.
 
 -광주에 내려온 소감은 어떤가요? 광주나 5·18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나요?

 △일단 음식이 참 맛있구요, 웬만한 식당을 가도 실패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손님이 와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차가 많긴 하지만 공기도 수도권 쪽보다는 좋은 것 같고, 차나 사람도 붐비지 않고, 여유가 있고, 광주 주변에도 좋은 곳들이 많아서 이곳저곳 다니는게 재밌더라구요. 5·18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알아야 할 게 많지만, 이전보다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고, 당사자 분들도 만나면서 5·18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전라도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요? 이유도 궁금해요.

 △저는 가리는 음식이 없고 뭐든지 다 잘 먹는 편이라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힘드네요. 그래도 역시 지역에서 즐겨먹는 음식 아닐까요? 친구들이 농담처럼 저보고 장례식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전라도에서는 장례식장 가면 꼭 빠지지 않고 홍어가 나오더라구요. 제가 홍어를 잘 먹습니다만. 하하하.
 
 -청년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사회통합지원센터라는 기관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광주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광주형일자리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곳이었어요. 그리고 청년유니온이라는 곳에서도 활동을 했었구요.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무엇이에요? 정말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처음 광주형일자리를 알게 되고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그 뜻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에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청년 실업이나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등이 점점 심해지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이를 단기간에 화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언제까지 중앙정부만 바라본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지역에서라도 힘을 모아 천천히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광주형일자리도 그런 노력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했다고 하던데, 청년유니온은 어떤 곳이죠?

 △청년유니온은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청년들의 노동권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노동조합이에요. 쉽게 얘기하면 ‘청년 노동조합’이구요, 더 쉽게는 ‘떼인 돈 받아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만 19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곳이고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이나 일자리 문제들을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직접적으로는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 알바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에 노동상담을 통해 도움을 드리구요, 넓게는 조합원 모임, 노동법 교육, 정책 제안, 최저임금 캠페인처럼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청년센터가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나요?

 △요즘 청년들 많이 외로워요. 우리 부모세대를 보면 정신없이 일하다가 결혼하고 애낳고 키우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고 외로워할 틈이 없었는데, 우리 세대는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고 결혼도 잘 안 하게 되면서 혼자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면 친구들과 연락도 뜸해지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 맺기도 쉽지 않고요. 취업 준비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은데요, 직장을 잡는 데 실패하는 청년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청년들이 사회에서 고립되고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거구요, 이미 일본이 그런 과정을 겪었어요. 추운 겨울이 계속 될 텐데, 청년들이 의지할 곳이 많지 않아요. 지금 있는 청년센터가 청년들이 의지하고 모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있으면 힘들어요. 청년센터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같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광주라는 도시는 어떤 것 같아요?

 △최근에 독일 베를린을 다녀왔는데, 광주랑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광주가 닮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도시는 역사적인 도시이면서 동시에 인권의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분단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베를린이나, 5·18의 흔적이 생생한 광주는 큰 역사적 사건을 시민들이 함께 겪고 집단적인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그런 점에서 베를린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하면서도 다를 수 있는데, 베를린은 동성애자인 보베라이트 시장이 무려 13년 동안이나 시정을 이끌었거든요. 정책수행 능력이나 그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베를린을 자유롭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왔어요. 하지만 광주는 ‘인권의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그만큼 인권을 중시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 집회가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로 열리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거의 없어요. 다들 표를 위해 침묵할 뿐이죠. 장애인 인권은 어떤가요? 저상버스 운행률도 국토교통부 기준을 따라가기에 급급해요. 광주가 ‘인권의 도시’라면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하려는 노력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베를린은 제가 본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였거든요. 저상버스가 단순히 장애인에게만 좋은 건 아니었어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여성이나 노인 분들도 아주 쉽게 버스에 탈 수 있었거든요.
 
 -청년센터 동료들이 부르는 별칭이 있다구요?

 △딱히 불리고 싶은 별칭은 없는데요, 사실 별칭은 남들이 붙이고 싶은 대로 붙여지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보면 친구들이 부르고 싶은 데로 부르지, 제가 불러달라고 불러지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동료들이 ‘배찌’라고 별칭을 지어줬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2018년 계획은?

 △2018년은 광주청년센터와 함께하는 첫 해에요. 이전보다 더 깊고 넓게 광주 청년들과 함께 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배준영 청년을 만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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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facebook.com/baedol131
 
문정은<광주청년센터the숲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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