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17년에 ‘여성긴급전화 1366 전국상담센터’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상담은 28만9032건이라고 발표했다. 여성폭력 상담 약 29만 건은 전년도의 통계보다 8.3% 증가된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 상담을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이 18만326건으로 작년도보다 1만5000여 건이 증가하면서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다음은 성폭력으로 2만1470건, 성매매는 3405건이었다. 수많은 여성이 가정에서 남편에 의해 폭력을 당했고,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성폭력과 성매매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이트폭력과 사이버 성폭력이 늘었다

 여성이 겪는 폭력 중 가장 많은 것은 가정폭력이지만, 주로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과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상담도 매년 크게 늘었다. 연인들이 사귀는 과정에서 행하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상담은 2014년 1591건에서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 8291건 등으로 매년 거의 두 배씩 늘었다.

 여성가족부는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수립하였다. 종합대책은 “스토킹·데이트폭력 없는 국민 안심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가해자 엄정처벌로 범죄동기 근절(처벌), 사건 대응력 제고로 피해자 신변보호(현장), 실질적·체계적인 피해자 지원(지원), 사회적 민감성 제고와 인식개선(인식) 등 4대 추진 전략을 세웠다. 여성부 뿐만 아니라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14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데이트폭력은 신체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성관계 혹은 성폭력 장면 등을 촬영하여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성폭력을 한다.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이용하여 협박하거나 금품을 갈취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혀 피해를 더욱 키운다.
 
▶누구든지 손쉽게 상담할 수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의 피해를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국번 없이 1366으로 전화상담을 할 수 있다. 2017년 여성폭력 상담건수 약 29만 건 중 전화상담이 23만 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전화상담이 많은 것은 누구든지 언제나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휴대폰이 지구촌에서 가장 대중화된 나라이다. 전화상담은 익명성이 일정부분 보장되기에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피해자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피해자가 여성폭력 상담센터로 직접 찾아가는 내방상담은 3만2752건으로 전체의 11.3%이고, 상담원이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문(현장)상담은 1만827건으로 전체의 3.8%이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과 상담원이 대면한 상담은 4만3579건이고 전체의 15.1%이었다. 대면상담은 전화상담에 비교하여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등 후속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편, 사이버상담은 1만3805건으로 전체의 3.8%이었다. 사이버상담의 건수는 많지 않지만, 전년 대비 33.1%가 늘었다. 전화상담과 대면상담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상담한다면, 사이버상담은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폭력 상담센터는 관련 정보를 집적하고, 이를 유형화시켜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일에 좀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상담소를 이용하기 바란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성매매에 노출된 사람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여성긴급전화 1366’로 전화하여 긴급한 구조·보호를 요청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로 1366번만 누르면 바로 연결되고 통화료도 없다.

 여성부의 지원을 받아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가 정부지원을 받아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여성이 신고하면 ‘1366’은 통합상담소 등을 활용해 상담, 일시보호, 법률상담, 치료회복프로그램, 심리치료 등을 지원한다. 필요하면 경찰청과 검찰청이 참여하고, 관련 의료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최근 여성부는 가정폭력상담, 성폭력상담, 성매매관련 상담 등을 통합하여 지원하고, 온·오프라인사업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화상담과 내방상담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채팅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1366센터는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경찰서로 찾아가는 현장상담을 운영하며 통합상담소(20개소), 성폭력상담소(104개소), 가정폭력상담소(83개소)에서는 폭력 피해자 상담서비스를 실시한다. 정부는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가 연계된 경우가 많기에 통합상담소를 거점으로 집중 상담서비스를 늘려갈 예정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보호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상담·치료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1366센터는 피해자를 긴급하게 보호하기 위해 즉시 입소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시설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피해자는 최장 1개월 동안 일시보호를 받을 수 있고, 법무부 ‘법률홈닥터’와 연계해 법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피해자는 피해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바라기센터(통합형, 14개소) 등을 통해 심리치료 등 회복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관련 종사자의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훈련도 강화시키고 있다.
 
▶사전교육과 관계자 역량강화가 중요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폭력이다. 피해를 예방하고 가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사전교육과 인식개선 활동이 절실하다. 성차별 문화 속에서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것을 ‘부부싸움’이라 부르고,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로 표현한다. 연인간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은 ‘사랑싸움’이고, “싸우면서 애정도 커진다”는 식으로 미화된다. 치명적인 폭력조차도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늘어나는 스토킹·데이트폭력을 줄이기 위해서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서 문제의 심각성을 모든 국민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생애주기별로 가정폭력·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늘리고,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피해를 받았을 때에 신속하게 1366으로 전화하여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는 성이 불평등한 사회에서 고질적으로 발생되는 사회문제이므로 생애주기별로 성평등교육을 강화하고, 가정·학교·직장 등 모든 생활공간에서 성평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의 피해경험을 SNS에 폭로하는 ‘#MeToo 캠페인’이 들불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엄중하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보다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국회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서둘러 제정하여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길 기대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http://www.stop.or.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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