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신춘기획전 ‘김근중 - 화원 ; 피고 지다’

▲ KeunjoongKim(金謹中).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5-11.130x97cm(60호).Acrylic on Canvas.2005.
광주 롯데갤러리가 신춘기획전 ‘김근중 - 화원 ; 피고 지다’전을 진행한다. 오는 28일까지 전시가 이뤄지는데, 주인공은 ‘모란 작가’로 알려진 김근중 화백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화업의 여정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롯데갤러리에 따르면, 김근중의 화업은 1990년대, 고구려 벽화와 둔황벽화를 모티브로 한 벽화작업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벽화의 형상을 배제한 미니멀 작업에 집중하며 보다 물질성에 천착하는데, 이후 2005년부터 전통 화조화와 민화에 영향을 받은 재현작업으로 재 변화를 도모하며 다시 형상을 찾게 된다. 이 시기부터 볼 수 있는 작품이 모란 그림이다.

작가는 2012년부터 다시 탈 형상을 지향하며 현재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작업 주제를 심화시켜나갔던 모란 시리즈부터 근작의 비구상 작업까지를 소개한다.

김근중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시 구상에서 추상을 반복하며 물고 물리는 내용적 흐름을 유지해 왔다. 김근중의 작가적 태도는 존재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다.

이 문제 제기는 동양정신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구체화된다. 화폭 속 형형색색의 모란은 단순히 전통회화에서 모란이 뜻하는 부귀의 의미도, 꽃의 화려함을 찬미하기 위한 장식적 성향의 결과물도 아니다.

꽃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한 생성과 소멸의 이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현존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김근중은 “꽃이란 피고 지는 과정상의 형상들을 통칭해서 꽃이라고 부를 뿐이다. 원래 공(空)한 것이 인연작용에 따라 시각적인 착시를 유발해 각양각색(色)의 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아름다움이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분별이 사라진 그 자체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본 전시의 부제 화원(花園)은 작가가 언급하는 ‘꽃세상’처럼 희로애락, 욕망, 번뇌, 희망 등이 공존하는 세상을 의미하며, ‘피고 지다’는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들, 혹은 그 자체를 뜻한다.

자유분방한 민화의 정신처럼 김근중의 화면 속 가득 찬 꽃은 점차 모란이라는 구체성을 벗어나지만 이미 우리의 의식 속 꽃이 함축한 생명력에 대한 관념, 또한 외려 형용할만한 생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우리의 생로병사를 포함한 모든 자연계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처럼 고정적인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화업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자 하는 김근중의 작업세계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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