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이유미 연구원 이슈페이퍼서 주장
“당장 매각 강박 벗어나야…채권단·노동자 머리 맞대야”

▲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투쟁에 나선 노조원들.<광주드림 자료사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설정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동의 시한(30일)이 임박한 가운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은 차악이 아니라 최악의 선택”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이슈페이퍼인데, 이유미 연구원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목적, 더블스타의 재무적·기술적 조건 등의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한 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2002년)국내기업 하이디스를 인수해 기술을 이전하고 부도낸 뒤 철수한 비오이(BOE)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중국법인 부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기업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금호타이어의 미래를 송두리째 저당잡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이슈페이퍼를 정리굚 게재한다.

▲“중국시장서 도태 위기 벗어날 유일한 해법”

이 연구원은 먼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를 분석했다.

첫번째 △중국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다.

페이퍼에 따르면, 중국엔 여러개의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가 있다. 이중 2015년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굚 중처고무그룹(Zhongce Rubber Group)이 글로벌 10위로 중국업체 중 가장 높다. 이밖에 글로벌 매출액 20위~30위권에 다수 중국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블스타(Qingdao Doublestar)는 글로벌 34위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타이어업체의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한편, 2019년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제를 의무화해 일정 수준의 기술력에 미달하는 업체를 도태시킬 계획이다.

이 제도는 타이어 연비효율과 젖은 노면 제동력을 1~5등급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유럽 등에서 도입하기 시작했고, 한국도 2013년 의무화됐다.

이 제도로 인해 “저가 경쟁으로 난립하던 중국 타이어업체들은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 더블스타는 단시일 안에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더블스타가 만약 세계 순위 14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번에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구원은 “더블스타에게 금호타이어는 기술력 부재로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를 단숨에 벗어나게 할 유일한 해법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장 설립 규제에 현지공장 매력”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적인 또다른 이유는 △완성차 공급 시장 확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더블스타에게 금호타이어 인수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완성차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서”라고 제시했다.

중국 타이어시장의 경우, 70%는 외자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중국 상위 타이어업체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저가의 대체타이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타이어는 신차용 타이어와 교체타이어로 나뉘는데, 신차용 타이어가 교체타이어보다 판매량이 적고 수익률도 낮다. 하지만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입지가 있어야 교체타이어 시장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장착된 타이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래서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완성차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는 글로벌 완성차가 없어 중국타이어 업체들이 경쟁력을 쌓을 기회가 적었다”면서 “따라서 금호타이어가 글로벌 완성차에 타이어를 공급한 경험은 더블스타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공장도 금호타이어를 탐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현재는 손실규모가 커서 애물단지 취급당하고 있지만 중국정부가 환경보호와 타이어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신규 공장 설립을 규제하고 있어서 금호타이어 중국공장은 글로벌 타이어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수익률·재무안정성 모두 불안…투자 의구심”

그렇다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만한 기업인가?

이 연구원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필요한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3년 간 매출액 평균을 비교하면 금호타이어는 2조9783억 원, 더블스타는 6803억 원 수준으로 4배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률도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금호타이어는 2017년 적자가 나기 이전 영업이익률이 4% 이상이었던 반면 더블스타는 2%를 넘은 적이 없다. 자산 규모 차이도 크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 5조1216억 원, 더블스타는 1조2481억 원으로 5배 차이다.

게다가 더블스타의 경영 상태도 불안하다. 매출액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 2011년 1조834억 원에서 2015년 5135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가 최근 회복 추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최대치가 1.87%로, 2%에 미달한다. 부채비율도 낮지 않다. 2017년 3분기 180.27%로, 2014년 101.81%보다 두 배로 뛰었다.

“이처럼 수익률도 재무안정성도 낮은 더블스타가 과연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장기적 투자를 할 능력이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는 게 이슈페이퍼의 우려다.

덧붙여 이 연구원은 △ 승자의 저주에 빠진 중국기업 M&A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은 해외기업을 공세적으로 인수 합병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면서 핵심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해외기업 인수로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연구원은 “2016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 해외 M&A에 뛰어든 중국 기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부채비율은 평균 5.4배에 달한다.

위험수준으로 분류되는 기준인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라면서 “더블스타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 비용은 청도지역 국영기업 컨소시엄으로 마련했지만 경영 불안이 커지면, 금호타이어에 지속적인 투자는 고사하고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이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술 이전 명목으로 먹튀, 철수” 반복될 수도

이 연구원은 나아가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이 기술 유출과 먹튀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지난 2002년 BOE(베이징옵토일렉트로닉스)가 LCD패널 기업 하이디스를 인수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더블스타와 BOE가 인수대상 기업보다 기술력이 크게 낮다는 점이 우선 같다.

더블스타는 상대적 기술력을 요하는 승용차보다 트럭부문 타이어에 주력하고 있고, 글로벌 업체 순위도 34위다.

BOE 역시 하이디스를 인수할 당시 LCD 생산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인수 합병 목적은 기술 이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짚었다.

BOE는 하이디스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중국공장을 짓고, 한국법인을 부도냈다. “이처럼 더블스타 역시 금호타이어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중국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비오이는 2002년 11월 하이디스를 인수하자마자 중국 비오이에서 LCD 패널과 모듈을 생산했다.

이어 2003년 6월, 중국에서 하이디스 기술로 LCD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2003년 9월에는 중국에 5세대 LCD 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원은 “비오이 경영진은 한국 하이디스는 소형 LCD 생산에 전념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에는 일체의 투자를 하지 않고 중국에만 하이디스 기술을 이용해 훨씬 생산성이 좋은 5세대 라인을 건설했다”고 적시했다.

2004년부터는 아예 대놓고 기술을 유출했다. 하이디스와 비오이 간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 라이센스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들까지 마음대로 중국으로 가져갔다는 것.

결국 비오이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하이디스에 대규모 적자를 내도록 만들고 부도 처리한 이후 자신의 주식을 모두 소각하고 중국으로 철수했다.

▲“타이어뱅크도 인수 대안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이나 차선이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중국에 매각하는 것이 차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게다가 금호타이어는 국내시설 투자가 지체되면서 설비가 노후화돼 고성능타이어 부문에서 뒤처지고 있다”면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국내시장 점유율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이유에서 이 연구원은 타이어뱅크로의 매각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슈페이퍼는 “금호타이어를 매각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면서 “보다 시간을 갖고 채권단과 노동자들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최악의 선택을 면할 수 있다”고 끝맺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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