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오감만족 본향

▲ 전라도 대표음식 홍어삼합
 전라도는 ‘맛’과 ‘문화’의 고장으로 통한다. 전라도가 가진 고유한 자산이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큰 흡입력을 갖는다는 뜻일 터. 금강산도 식후경, 전라도의 대표 먹을거리를 꼽아보고 역사적 현장으로 넘어가보자.

 광주·전남의 대표 음식 중 하나가 소 생고기다. 예로부터 생고기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즐겨 먹었다. 그래선지 지금까지도 도축장에서 생고기 작업이 거의 100% 이뤄지는 유일한 지역이다. 광주에서 출고된 생고기가 전국 각지로 유통되고 있는 셈.
 
▲당일 도축된 생고기 전국으로 유통

 생고기는 당일 도축된 소의 앞다리와 우둔살을 냉장상태로 운반해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는다. 각종 양념에 버무려 먹는 육회와는 차이가 있다. 조리 안 된 생고기를 썰어 기름장에 찍어 먹기 때문에 쫀득하고 찰진 맛을 즐길 수 있는 것.

 생고기의 생명은 단연 신선함인데, 때문에 광주 도축장에선 거의 매일 시간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다른 지역 도축장과 달리 광주 도축장은 물량 확보를 위해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광주 도축장 관계자에 따르면, 전남과 전북, 경상도 일부 지역 도축장에서 생고기 작업이 이뤄지고는 있다. 하지만 매일 100%에 가깝게 생고기 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광주뿐이다. 1995년 농림부가 고시를 통해 소 생고기 도축과 유통을 광주·전남에서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서다.

 도축장에서 수의직 공무원이 검사를 해 출하과정 상의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열을 가하지 않고 먹는 생고기의 위생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고기는 전라도 음식 문화의 고유한 자리를 점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잔칫상 빠지지 않는 홍어 ‘삭힌 맛’

 홍어는 전라도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대표 메뉴다. 명절 차례 상이나 결혼식, 장례식 등 중요한 날에 오르는 음식이다 보니, 전라도에선 “홍어 없이 잔치 없다”고 할 정도. 홍어만 달랑 내기보다 돼지고기와 신 김치를 함께 내어 ‘삼합’ 요리를 즐긴다.

 홍어 하면 코끝이 찡할 만큼 ‘삭힌’ 홍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홍어를 삭히지 않고 싱싱한 회로 먹기도 한다. 선홍빛의 생 홍어는 삭힌 홍어 특유의 톡 쏘는 향미가 없고 찰진 식감을 자랑한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에서는 삭히지 않고 회로 먹는 문화가 남아있다.

 하지만 전라도식 홍어라고 하면, 역시 삭힌 홍어다. 홍어 표피의 요소가 적당한 온도에 이르면 암모니아 발효가 일어나는데, 이 발효과정을 ‘삭힌다’고 한다. 특히 암모니아 발효는 잡균의 증식을 막아 썩는 것을 방지하고 덕분에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홍어는 흑산도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고려 말 흑산도 일대 섬들이 왜구에 시달리면서 섬 주민들이 뭍으로 옮겨오는 정책(공도)이 시행됐다.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 영산포에 닿으려면 10~15일이 걸리는 터라 고기는 썩었지만, 홍어는 썩지 않고 발효됐던 것. 이후 홍어는 영산강 일대 지역에서 즐겨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남도 음식이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홍어의 값어치도 크게 올랐다. 홍어 어획량이 줄면서 더욱 귀한 몸이 된 홍어는 1990년대 들어 수입이 본격화 됐다. 그러면서 값비싼 국내산 홍어와 서민들이 즐겨먹는 수입홍어로 나뉘게 됐다.

 하지만 이 둘을 썰어 놓으면 전문가도 차이를 구분 못한다고. 얼마나 제대로 삭히는가가 홍어 맛의 비법이라는 뜻이겠다.
 
▲상추와 함께 싸 먹는 오징어튀김 매력

 광주의 명물 중 하나인 ‘상추튀김’도 놓칠 수 없는 별미다. 광주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상추튀김을 대표메뉴로 내건 분식점들이 심심찮게 꼽힌다. 상추튀김은 분식계의 향토음식에 해당하는 셈.

 ‘상추를 튀겨먹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상추튀김은 상추와 튀김이 하나의 메뉴다. 주로 오징어와 야채를 한 입 크기로 튀겨내 상추에 싸먹는다. 갓 기름에서 건진 튀김은 뜨겁고 느끼하지만, 상추에 싸서 먹으면 산뜻하고 깔끔하다. 특히 함께 나오는 간장소스에는 청양초와 양파가 곁들여져 입맛을 돋운다.

 상추튀김은 1980년 경 광주 충장로의 한 튀김집에서 상품으로 내놓은 뒤 반응이 좋아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광주 충장로 일대 오래된 튀김집에선 상추튀김을 팔고 있다. 1970~80년대의 광주를 재현하는 충장축제에서도 상추튀김은 대표적인 추억의 먹거리로 선정됐다.
 
▲5·18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라도 별미들로 배를 채웠다면,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킬 ‘문화자산’에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5·18민중항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광주시도 실제 택시 운전사들과 함께 5·18 사적지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올해는 시가 ‘성과부진’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5·18을 알고 싶은 방문객들의 발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18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의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발포명령자, 행방불명자 등 밝혀져야 할 5·18의 진실과 함께 1980년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5·18의 역사적 공간을 길이 남기자는 염원이다. 시민대책위, 광주시 등으로 구성된 복원협의회는 2021년까지 복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실, 옛 전남도청 터 지하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문화시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 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화수도 육성’ 공약을 걸고 2005년 첫 삽을 뜬지 10년 만에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아시아의 문화 교류와 문화자원 수집·연구, 콘텐츠의 창·제작, 그리고 전시, 공연, 아카이브, 유통까지 한 곳에서 모두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는 자리 잡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올해부턴 정부의 예산지원이 4배 이상 늘어나면서 발전 동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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