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를 팝니다]역서사소의 ‘콘텐츠화’

▲ 1913송정역시장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역서사소.
 1913송정역시장의 ‘역서사소’에서 판매하는 ‘사투리 달력’은 ‘포도시 일월’로 시작해 ‘기언치 유월’을 지나 ‘욕봤소 십이월’을 향한다.

 벽걸이, 탁상형을 포함해 한해 3000부 이상씩 판매되는 이 달력은 ‘역서사소’의 대표상품이자 최대 ‘히트작’ 중 하나다.

 전라도말을 새긴 문구 제품. 언뜻 단순해 보이는 접근이었지만 의외로 이를 실제 시도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역서사소’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브그룹 바비샤인의 김효미 대표도 지난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광주말, 전라도말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뭉쳐 시각디자인을 활용한 팬시류 개발을 고민하던차 “광주, 전라도 문화를 (상품에)녹여보는 게 어떨까”했던 게 계기였다.

 전통문화·공예·문화예술 등 여러 영역 중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라도말을 주목했던 것.

 “광주, 전라도에 대해 공부도 하고 관련 사례들을 찾아보는데 경상도나 충청도는 사투리를 활용한 제품이 많은데 전라도말은 많이 부족하고 너무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더라구요. 사실 보면 저나 직원들도 20~30대인데 전라도말을 쓰거든요. 우리 제품을 통해 경상도 ‘오빠야~’처럼 전라도말에도 귀엽고 예쁜말이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깔끔한 디자인에 전라도말 새긴 달력·엽서 등 인기
 
 ‘사투리 달력’과 ‘사투리 고백 엽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달력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보통 한 달동안 결어놓고 같은 페이지를 보는데, 매달 적절한 전라도말을 활용해서 전라도말도 알고, 그 달의 의미나 재미를 전달해보자 한 거죠.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팔릴까’ 생각했는데, 점점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만들어진 제품을 SNS로 홍보하거나 ‘숍인숍’ 개념으로 유명 커피숍에서 판매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유명세를 얻은 것은 2016년 4월 1913송정역시장에 ‘역서사소’ 매장을 열면서부터다.

 먹을거리 위주의 송정역시장에 문구 제품을 파는 ‘역서사소’의 존재 자체가 귀한 것이기도 했지만 판매되는 제품이 일종의 ‘독특한 기념품’으로 인식되면서 입소문을 탄 것이다.

 “다른 곳에 매장이 있었서도 이만큼 효과가 있었을지. 1913송정역시장과 함께 성장한 느낌이 있어요.”

 ‘팔릴까’ 했던 사투리 달력을 어느새 3년 연속 출시했고, 탁상형까지 만들어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벽걸이 달력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고백엽서’는 “니랑 있응께 시간이 요로코롬 폴쎄 가부럿네” “써글놈은 인자 잊아블고 멋진놈 맹글자” “니만 생각하믄 내맴이 겁나 거시기해” 등 각기 재기발랄한 문구가 적힌 10종의 엽서가 한 세트다.

 당초 샘플로만 벽에 붙여놨다가 소비자들이 ‘왜 안 파냐’고 보채서 예상보다 출시를 앞당겼다. 노트나 모자, 필기류를 비롯해 차량용 방향제 등 역사사소 매장엔 ‘전라도말 제품’이 정말 다양하다.

 “촌스럽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모던하고 심플하게 디자인을 해 인테리어에 활용하려고 제품을 찾는 분들도 많아요. 친구나 연인에 선물하기도 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있고, 관공서에서도 대외적으로 선물할 목적으로 대량으로 달력을 사가기도 하세요.”
 
▲“광주 표현한 기념품 인식, 전라도말도 경쟁력 있어”
 
 김 대표는 ‘사투리 달력’의 인기에 대해 “어떻게 보면 그만큼 광주를 표현한 기념품이나 상품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엔 언어나 문화를 브랜드화한 사례로 참여해 전시를 하기도 했다.

 “역서사소가 문을 열고 사투리 달력 등이 이슈화되면서 전라도말도 경쟁력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역으로 저희 문화나 언어를 문화의 한 부분, 콘텐츠화시키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전라도말로 된 상품이 뜨니까 ‘왜 우리 지역말은 없냐’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경상도, 제주도말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바비샤인의 제품은 서울이나 부산의 대형 문구 매장, 디자인 쇼핑몰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도 향기 관련 제품, 식도락 관련 피크넥 세트 등을 고민 중이다.

 역서사소가 내건 캐치프라이즈는 ‘세상을 바꾸는 사투리’다. “각 지역의 예쁜 말을 알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지역감 감정을 완화하고, 서로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포부다.

 다만, 김 대표는 ‘사투리’라는 표현보다는 ‘전라도말’이라고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일본은 도쿄, 오키나와 말이 다 다르지만 굳이 ‘사투리’라고 하지 않아요. 지역말이라고 하지. 우리나라만 표준어, 사투리를 구분하는데 이 자체가 문제라고 느껴요. ‘사투리브랜드’라고 하지만 점점 ‘지역말’로 표현하고 인식되길 바랍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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