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작가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

▲ 이화경 작가가 써낸 책들.
 옛이야기를 읽다가 자기 욕심으로 망해버리는 인물들을 우리는 흔히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전직 두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 차기 대통령감이라던 사람조차, 자기 욕망의 덫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탐욕과 욕망으로 뒤엉킨 운명과 비극 사이에서 초월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으며 그 다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격정적으로 인간의 원초적 비극과 욕망을 다루는 이화경 작가의 신작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문학들:2018)를 읽다보면, 그래서 인간 군상들의 비극적 삶이 더 처절하게 다가온다. 고려시대 충렬왕과 왕비, 천출인 기생 무명과 결국 승려가 되어버린 여여까지, 네 인물을 중심으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욕망하고 갈등하고 스러져 가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보여 주고 있는 이 소설에서, 가난과 역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때,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는 시신들을 거두는 매골승의 축원은 인간의 비극적 삶에 대해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지 말지어다, 그 죽음이 괴롭다. 죽지 말지어다. 그 태어남이 괴롭다. 죽고 나는 것이 괴롭다. 인생은 괴로움이자 고통이니 다시는 태어나지 말지어다.” (185쪽)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 체념…
 
 ‘고려인들은 분별없이 사랑하고, 재물을 중히 여기며, 남자와 여자의 혼인에도 경솔히 합치고 쉽게 헤어졌다.’(‘고려도경’권 19) 이화경 작가는‘고려인’대신‘현대인’을 넣어도 무방한 이 문장에 이끌려 수년간 몇 번을 썼다 허물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 안타까움, 체념 그리고 기대가 뒤섞여 잉태되었을 문장들을 읽다보면, 비록 소설의 배경이 고려시대임에도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들이 다가온다.

 “짐승같이 살아도 그녀는 아름다움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사람이었다.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아름다움에 눈 뜬 순간, 그걸 알았다. 아름다움이 통증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무리 애써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바로 아름다움이었다. 진짜 아름다움 앞에서는 숨이 막혔다. 숨이 막히는 통증은 황홀한 통증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보았다. 아름다움과 사람을 동시에 알아보았으니 사랑치 아니할 수 없었다……‘살거나 죽거나, 오거나 가거나.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하지 않거나. 둘 가운데 하나만 있을 뿐, 그 사이는 없어.’찰나의 사랑이 영원을 끌고 갈 것이었다. 찰나여서 의미가 있고, 다시는 가져볼 수 없는 잃어버릴 순간이기에 유일한 순간일 것이었다.” (121쪽)

 산다는 것은 일체의 어떤 명분이나 겉치레, 소유하고 있는 것과 신분 따위가 아닌 아름다움을 알아보는데서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알아보는 순간들로 삶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황홀한 인생일까.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버리지 못하는 것들-귀하다고 하지만 가장 허망한 그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숨겨진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람에 직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이 이리 꼬이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닌 자로 살았으면서도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인정하고 마는 공주의 깨달음은 그래서 더 가슴에 사무친다.
 
▲“모든 것 잡으려 했지만, 손에 쥔건 결국…”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걸려 곤두박질치고, 자신이 쌓은 삶 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다는 걸 알고 상실감에 빠졌다. 무엇보다 그녀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270쪽)

 인간의 본질을 가장 적나라하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은유와 전개 덕분에 이 책은 무척이나 흡입력 있게 읽힌다. 동시에 인간과 삶에 대해 혼란스러운 고민으로 이끈다. 지난주(4월24일. 동네책방숨)에 있었던 ‘신작출판 기념 이화경작가 초청 북토크’에서‘외로움과 비극에 마주해야 진정한 나를 만나는 것 아닌가, 그런 순간을 갖지 못하는 인간은 얼마나 허망한가’라던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남는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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