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아지는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무자들의 위험관리를 돕기 위한 조치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좀 더 유리한 대출로 갈아타기 더 쉬워진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는 어떤 경우에 더 유리한 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원리는 “돈이 돈을 번다”이다. 자본을 투자하면 이익이 생기고 그 이익을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저축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늘어 원리금이 커지는 것과 같다.

 저축한 돈에 이자가 생기는 것은 돈을 빌려간 사람이 대출 이자를 내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빚이 빚을 키운다”는 말과 같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을 담보로 하여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혹은 기관은 가급적 돈을 제때에 받아야 예측 가능하게 굴릴 수 있다. 대출금을 제때에 갚지 않아 연체되면 높은 이자의 ‘연체수수료’를 물린다.

 또한, 약속한 날짜보다 일찍 갚아도 벌칙 성격의 이자를 물린다. 그것이 바로 ‘중도상환수수료’이다. 빌린 돈을 제때에 갚지 않아 ‘연체이자’를 물렸지만, 일찍 갚으면 상금을 주지 않고 ‘벌금’을 부과한다. 금융기관은 돈을 빌린 고객이 일찍 빚을 갚으면 ‘이자’를 벌 기회를 손해보았기에 ‘벌칙성 수수료’를 부과한다. 쉽게 말해 돈을 빌리는 사람은 늦게 갚아도 일찍 갚아도 손해이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고도 대출을 일찍 갚는가?

 그럼, 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고라도 대출을 일찍 갚으려고 하는가? 수수료를 내더라도 결국 본인에게 유리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주택을 담보로 10년간 이자율 3%로 1억 원을 대출을 받았다면, 단순히 계산해도 매년 300만 원의 이자를 갚아서 10년간 3000만 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실제 이자액은 원금분할상환인지 원리금분할상환인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2년만에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면 이자는 600만 원이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더라도 전체 이자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흔히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금의 약 1.5%이므로 1억원의 수수료는 150만 원이다. 10년간 갚으면 이자가 3000만 원인데, 2년만에 갚으면 이자가 750만 원이다.

 흔히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기에 돈이 있다면 일찍 갚고, 더 좋은 금융상품이 있다면 갈아타는 것이 이익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이 더 좋은 금융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어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담이 된다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우선 변동금리 주택대출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부터 인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대출은 고정금리에 비해 금융회사들의 비용 부담이 적다. 현재 금융사들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동일하게 부과하는데, ‘변동금리’는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이므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징벌적 수준으로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이다. 만약, 중도상환수수료의 비율이 낮아지면 이미 대출한 사람들이 갈아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은행간 금리인하 경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상품 갈아타려면 잘 따져야 한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어서 채무자들이 대출상품을 갈아타기 쉽도록 하려는 것은 꼭 좋은 것만 아니다. 시중금리가 조금씩 오를 전망이기에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자가 내려가는 국면이면 채무자는 대출원리금에 대한 걱정을 덜하는데, 이자율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싼 돈을 찾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싼 이자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고, 신규대출 가능성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2018년 3월 기준)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금리는 3.09~3.75%로 3년전 같은 시기의 3.10~3.47%보다 높다. 실제로 1억원을 연이율 3%로 빌릴 때 15년 만기는 월 69만581원(원리금 균등상환 기준)의 원리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출기간을 30년으로 늘리면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은 15년 만기의 3분의 2 수준인 42만1604원으로 떨어진다. 만기 연장으로 월 27만원가량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매달 내는 이자가 줄지만 이자를 내야 하는 기간이 15년에서 30년으로 2배나 늘어나서 총이자는 크게 늘어난다. 1억원을 3% 이율로 빌릴 때 15년 만기 시 총 이자액은 2430만3520원이지만 30년으로 늘리면 이자액은 5177만4690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다.

 더 큰 문제는 대출규제가 강화되었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화된 대출심사기준에 맞추어서 얼마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소득이 높고 신용이 좋은 사람은 강화된 기준에 맞출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은 대출한도액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탈적 금융거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대출은 흔히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나뉜다. 신용대출은 개인이나 단체의 신용에 의존하여 대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증인을 세워 대출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인간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이다. 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저당을 잡고 해당 물건의 가치보다 적은 금액만 대출하기에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방식이다.

 금융기관은 채무자의 신용도 등을 고려하여 대출금리를 정할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 동일한 은행에서 주택대출을 받아도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0.3~0.5%씩 달라지기도 한다. 작은 이율의 차이도 주택담보대출은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아 큰 차이를 내기에 매우 불합리하다.

 현재 많은 금융기관은 채무자의 연체로 ‘고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약속한 기일보다 원리금을 늦게 내면 채무자에게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약속한 기일보다 일찍 원리금을 내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여 편하여 영업한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변동금리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려는 것은 채무자가 다소 여유가 있으면 원리금을 일찍 갚아서 빚으로부터 해방되고, 현재 대출보다 조건이 더 좋은 상품이 있으면 갈아타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자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고, 가산금리 결정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여 전반적으로 가산금리를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채무자는 빚을 갚을 때만 해방될 수 있기에 꼭 필요할 때 합리적으로 빚을 내야 한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약탈적 영업을 규제해야 한다.
참고=금융위원회 http://www.fsc.go.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