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5·18민주광장서 ‘오월여성제’ 무대 열려
가두방송자 차명숙 씨 “여성들 조명 필요하다”
“현재도 여성들의 고통 그대로, 이젠 달라져야”

▲ 17일 5·18민주광장에선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2018 오월여성제’가 열려 가두방송자였던 차명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목숨 걸고 가두방송에 나섰던 여성들, 투사회보를 만들고 대자보를 썼던 여성들, 도청에서 출입증 등 각종 증서를 발급했던 여성들, 도청에서 취사를 담당했던 여성들, 헌혈 및 간호뿐만 아니라 입관을 하고 부족한 관을 직접 구하러 다녔던 여성들, 마스크를 만들고 검은 리본을 만들고 광주의 고통과 눈물을 외부에 알리다 모진 고초를 당했던 이름 없는 여성들이 ‘그곳에’ 있었다.”

80년 오월 당시 여성들은 민중항쟁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주체적인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먹밥이라는 상징 이외의 다른 활동들은 부각되지 못했다.

올해 제38주년 5·18민중항쟁을 맞아 광주 오월 여성들의 활동을 주목하고, 제대로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5·18 전야행사가 펼쳐진 17일 오후 금남로 일대에선 시민난장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줄을 이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5·18민주광장에선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2018 오월여성제’ 무대가 개최됐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기억하라, 세상을 바꾸는 용기’로 이날 오전 1부 행사로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2부로 진행된 무대 행사였다.

무대 옆엔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 부스가 차려졌고, 5·18 당시 여성들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들이 현수막에 프린트돼 전시된 부스도 볼 수 있었다.

5·18 당시 여성들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들이 현수막에 프린트돼 전시된 부스.

인사를 위해 먼저 무대에 오른 광주여성민우회 나인형 대표는 “5·18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행태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용기로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됐다”며 “진실을 재조명할 때 여성 시민으로서의 역사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최루탄 마시면서 총부리의 두려움 속에서도 시민이 먼저였던 돌봄과 주먹밥에서 그치지 않은 여성 시민군이 있었다”면서 “여성들도 다양한 방식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던 사실을 헌법 전문 수록될 5·18 역사가 기록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5·18 당시 가두방송자 중 한 명으로 지난 4월 계엄군의 고문 피해를 증언한 차명숙 씨의 발언이 진행됐다.

경북 안동에 살고 있는 그는 “오월 여성들이 모여 당시 겪었던 고통을 치유해보자고 해 잊고 싶었던 광주를 찾게 됐다”며 “5·18을 떠올릴수록 여성들의 역사는 소수의 기록에 그쳐 있고, 왜곡된 진실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에 더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문 후유증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됐지만, 5·18때 간첩으로 몰리면서 정신이상자란 말까지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전문가의 도움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다”며 참석자들에게 용기를 내자고 강조했다.

광주여성장애인연대 양진아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이어갔다.

후대 여성들의 발언 코너에선 광주여성장애인연대 양진아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1980년 오월 여성들의 고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엔 해시태그를 다는데서 우리들의 말하기는 시작됐고 용기 있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와서’가 아니라 이제 ‘겨우’ 말하는 것”이라며 “일상에도 빼곡히 자리 잡은 성차별, 성폭력 등이 사라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며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노동자회로 구성된 난타팀 범벅구리 공연 모습.

한편 오월여성제 무대에선 여성노동자회가 참여한 난타팀 ‘범벅구리’, 푸른솔합창단의 ‘광주출정가’ 등 2곡, 명랑소녀극단 시나페의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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