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복지국가를 축조한 유럽에서 복지정책은 진보권력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이념적 자산이었다. 스웨덴의 사민당과 영국의 노동당은 시장실패의 치유수단으로 국가의 제도적 통제를 기치로 한 중도좌파의 이념을 내세워 전후 빈곤에 신음하던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공포 앞에서 대중은 국민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으로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고, 복지정책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불평등을 조장하던 자본주의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제도적 개입이었다. 불평등과 경쟁을 가치로 증식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치유, 그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목도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관과도 맞닿아 있다. 복지정책은 필요악으로서 자본주의의 탄성으로 작용하는 불평등을 교정하고 부조리함을 사회의 공정한 질서에 순치시키는 정상적인 국가의 본연이다.
 
 국가의 일부로서 지역주민의 안정적 삶을 견고하게 지탱해주어야 하는 지방정부도 유럽의 복지역사가 보여준 교훈은 동일하다. 성장과 개발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역경제의 이면은 복지의 우산아래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의 신음이 자리한다. 광주시의 법정빈곤율은 4.7%로 광역시에서는 가장 높고 중위소득 50% 미만의 상대적 빈곤가구도 18.9%에 이른다. 여기에 65세 이상의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34.5%에 육박한다. 빈곤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삶은 위태롭지만 국가의 정책적 보호를 받는 빈곤가구는 6만 명에 불과하다.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인구의 22%정도만 복지정책의 우산아래 보호를 받고 있을 뿐 나머지 2.1만 명은 복지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광주시민 5명중의 1명이 중위소득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곤상태에 노출되어 있다면 지역경제의 작동방식은 제도적 교정이 불가피하다. 지방정부가 정당한 권력과 합리적 행정을 통해 불합리한 지역경제의 생태계를 제어해야 한다.
 
 복지의 확대는 소수의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윤리적 명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의 물리적 토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불평등이라는 역진성만 강조하며 자본주의의 폐단만을 주장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개발과 자본의 맹신 그리고 그것이 잉태한 숱한 부작용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정당한 개입과 관여를 통해서 관리되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복지정책은 소수의 약자에게만 투하되는 사회적 낭비가 아닌 지역의 역진적인 산업생태계의 균형점을 찾아주는 관리기제이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존재이유, 그것은 자본의 일상적인 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을 복지정책이라는 관리기제를 통해 지역사회의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다. 광주시의 높은 빈곤율과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는 강도 높은 지방정부의 제도적 관여를 요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제시한 복지정책의 빈도와 깊이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중섭 연구위원<광주복지공감플러스 회원·전북연구원 연구원>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