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왜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나?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협동조합이 왜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주부로서 아이쿱생협은 친환경 먹을거리와 생필품들을 믿고 구입하는 고마운 곳이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긴 했지만 아이쿱생협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고 단순히 매장만 이용했다.

그리고 어느 날, 조합원 소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러다 이사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이사로 활동하기 위해선 이사 코스를 수료해야하고 이사 코스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 당시 이사 코스 수업에서 배웠던 아이쿱생협의 슬로건은 ‘윤리적 소비’였다.

 윤리적 소비란 ‘나의 소비행위가 다른 사람, 사회, 환경에 어떤 결과를 주게 될지 생각하면서 환경과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행위이며, 인간과 동물, 자연과 환경을 착취하거나 해를 가하지 않는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행위’라고 배웠다. 공정무역과 환경보호 또한 윤리적 소비의 중요한 좌표였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 속에 살며 이토록 멋진 소비행위가 가능하다니. 나는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으로 또한 이사 활동가로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활동단체에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구례자연드림파크의 건립은 또 어떤가.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생협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나에게 구례자연드림파크는 그런 의미였다.

 지난 달 구례자연드림파크노동조합 활동을 개인의 범죄행위로 왜곡하는 대형현수막이 구례자연드림파트 식당 외벽에 걸렸었다. 한마디로 경악스러웠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반대하는 이유가 참 궁색하기도 하구나, 깊은 한숨이 나왔다. 노조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쿱 이라니. 아이쿱생협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꼈던 지난 시간들이 캄캄하게 빛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나와 ‘윤리적 소비 캠페인’을 같이 하고, ‘윤리적 소비 공모전’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던 활동가 조합원도 그렇게 혼자 한숨 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원 5명을 괴산클러스터 물류창고로 발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노조와 경영자측이 합의한 합의문에는 노조를 인정하고 충분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합의문 이행은 고사하고 구례 주민을 괴산에서 일하게 하는 부당발령을 하다니, 이런 기만행위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인간과 동물, 자연과 환경을 착취하거나 해를 가하지 않는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만드는 아이쿱생협이 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권은 인정하지 않는가.

 구례자연드림파크는 17개의 공방과 상온, 냉장, 냉동 물류센터와 체험공간, 문화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5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노동현장에 산재의 위험이 없을 리 없고, 개선되어야 할 노동환경에 대한 요구가 없을 리 없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협동조합의 정의 그대로 노동자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많은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구례자연드림파크노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노조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판결을 내린 것, 징계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라 판정한 것 또 중앙노동위원회 부당징계 판결 등 객관적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나의 아이쿱생협이 그럴 리 없다며 경영진이 공지하는 사실 만을 그대로 믿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마는 그러한 희망만으로 노동자를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나는 윤리적소비를 지향하는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이다. 윤리적소비의 가치에 공감하는 수십만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은 이러한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탄압에 대해 경영진과 활동연합회에 정확한 진실을 알릴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들었을 때 우리 두뇌에서는 그 언어와 결부된 프레임이 작동한다, 두뇌는 ‘모든’ 사실이 아니라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을 받아들인다.”-조지 레이코프 인지언어학자
 이샛별(가명·아이쿱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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