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 지켜주세요”
초등생들 손편지 21장 배달

▲ 광주일동초 4학년3반 학생들이 시장·북구청장 후보들에게 보내는 편지들.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주 시장 후보들과 북구청장 후보들 앞으로 각각 21통의 손편지가 배달됐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은 손 글씨의 주인공은 광주일동초등학교 4학년3반 학생들.

 투표권이 없어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을 순 없지만, 학생들은 편지를 통해서라도 ‘지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들에게 꼭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후보자님, 한새봉을 지켜주세요. 왜냐하면 한새봉에는 동물들이 많이 살고, 또 많은 광주시민분들이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광주일동초 4학년3반 하현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편지글엔 ‘한새봉을 지켜달라’는 절절한 메시지가 담겼다.

 김봄 학생의 편지는 ‘북부순환 도로를 원안대로 공사할 경우 한새봉이 훼손된다는 말을 들었어요’로 시작해 질문 하나를 던진다.

 “공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북부 순환 도로가 생기면 교통 체증이 감소되고 좀 더 빨리 첨단지구로 갈 수 있다고 해요. 또 우회도로로 만들게 되면 공사비가 증가한다고 해요. 그럼, 다음 세대에선 어쩌죠?”

 김봄 학생의 답은 “편하게 하려고 우리의 한새봉을 없애버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것.

광주일동초 4학년3반 학생들이 시장·북구청장 후보들에게 보내는 편지들.

 김민준 군은 ‘한새봉을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편지지 두 장에 빼곡하게 적었다.

 “첫째, 한새봉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사라질 수도 있고 집을 잃기도 합니다. 둘째, 자연파괴가 됩니다. 나무가 파괴되면 미세먼지가 더욱 심하게 됩니다.”

 일동초 4학년3반 학생들이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한새봉 지키기를 요구하게 된 건 사회 과목 시간이 계기가 됐다.

 ‘지역 문제와 주민 참여’라는 단원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고민한 주제로 ‘한새봉’이 꼽혔다고.

 일동초 4학년3반 담임 진소희 교사는 “아이들과 수업 3시간 정도에 걸쳐 ‘북부순환도로 공사’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했고, 국어시간 ‘제안하는 글쓰기’ 단원에 맞춰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기 초부터 계획된 교육과정은 아니었지만,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후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까지 시도하게 됐다”는 것.

광주일동초 4학년3반 학생들이 시장·북구청장 후보들에게 보낸 편지 중.

 진소희 교사는 반 학생들의 편지 21통을 광주 북구청장 후보 2명, 광주시장 후보 4명 모두에게 배달하기 위해 6장씩 복사해 하나의 봉투에 담았다.

 편지 봉투 안에는 편지를 쓰게 된 과정과 학생들이 살고 싶은 광주의 모습 8가지 리스트가 정리된 진소희 교사의 편지도 함께 밀봉됐다.

 지난 6일엔 학생 2명과 함께 북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고, 8일엔 광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4곳을 찾을 예정이다.

 진소희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가 후보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떨린다’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선거가 축제라고 하는데,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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