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은 윤리적 소비입니다”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 생산과 윤리적 노동을 기초로 합니다. 이것은 책 속에서 구현되는 말의 잔치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천되어야 하고 실재에서 구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순환의 구조를 가지며 그랬을 때 비로소 생활협동의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이쿱생협의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일이며 여기에서의 윤리적 소비는 내 삶의 전반을 통과하는 중요한 철학적 가치이기도 했습니다.

 매달 내는 조합비의 다양한 지원에 감탄하고 매장을 만든다고 출자와 차입을 하며 느꼈던 뿌듯함에 자부심을 가지는 일은 함께하는 삶이 가지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와 말하지만 내 삶의 중요한 순간은 아이쿱생협 안에 있었습니다.

 이웃에게 아이쿱생협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던 그 날이 나의 생협 운동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 걸음마는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는 동료가 생기고, 힘들면 거들어주는 생산자가 나타나고, 모르면 도와주는 직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누가 더 힘들다 투정하지 않고 누가 더 힘들까 염려하는 그 사람들이 나를 걷게 했습니다.

 너무 멀리 왔나 봅니다.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저희 동네 매장은 조합원의 출자와 차입이 필요 없는 자립의 자산구조를 자랑합니다. 아니 아예 이젠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게 지배구조도 바꿨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매장이 화려하게 리모델링되어도 직원의 쉼터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매장에서 다양한 판매촉진행사를 진행해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의 끈은 보이지 않습니다.

 생산자가 보이는 생산물은 자연드림만 보이는 생산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래전, 아이쿱생협 조직이 노동조합을 대신할 생협만의 자치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다만 ‘협동조합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직원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그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이 노동조합을 대체할 만큼의 자기 주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입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노동조합이 생겼답니다. 자발적이며 자기의 주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저는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경영진은 말합니다. 그 노동조합은 속이고 훔치고 빼먹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요.

 능력도 안 되고 일도 못하는 직원들이 모인 곳이라고요. 백번 양보해서 속이고 훔친 사람은 노동조합을 만들면 안되는지요. 그것이 문제였다면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면 되지 않을까요.

 능력이 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없는 조합은 있어서는 안 되는 조합인가요.

 저는 능력도 없고 거기다가 일도 잘못합니다. 그래서 아이쿱의 조합원이 된 것을, 그 속에서 내가 성장한 것을 삶의 자랑으로 여깁니다. 협동은 그래야 된다고 아이쿱이 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를 일으켜 세워 걷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자기의 조건을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나섰다면 우리는 그것을 응원하고 또 지켜줘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생협입니다. 그것이 윤리적소비의 실현입니다.
‘아이쿠 우먼’<아이쿱 소비자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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