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 작가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출간
28일 ‘숨’에서 ‘…만화의 시대’ 북토크

 몸이 안 좋거나 힘들어서 학교에서 조퇴를 한 날, 신기하게도 만화방에 가면 아픈 줄을 몰랐다. 이야기와 그림에 빠져서 몰입의 경지에 다다르니 육체적 문제마저도 해결된 것이었을까? 암튼 단순히 꾀병이라 그랬다기에는 만화방의 효험은 나에게 대단했다. 더욱이 그 시기에 본 만화책의 여러 내용들-가령 프랑스혁명이나 이집트의 역사라든지 스케이팅이나 승마 같은 스포츠의 세계-이 나에게는 새로운 문명을 알게 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알량한 교양기초지식이 되었으니, 만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 마력을 어릴 때부터 경험해서인가, 그 뒤로 어떤 콘텐츠보다도 나를 빨려들게 하는 것은 단연코 만화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콘텐츠의 다양한 방식으로 인해 만화도 다양한 변주를 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매일같이 새로운 만화가가 데뷔하고 작품이 회자된다. 웹툰(만화)으로 먼저 인기를 끌고 드라마나 영화·캐릭터 상품 등으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명실상부 지금은 만화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만화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가장 주목 받는 창작 집단으로 성장했다. 수많은 예능이나 교양프로에 등장하고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면 대중에게 그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한 컷의 그림이 만화가의 인격과 온 생애를 대변하는 듯 오해받기도 하고 실제 직업적인 특성이나 개인의 삶을 잘 모른 채 작품의 내용이 가벼이 취급되기도 한다. 그래서 남해의 봄날 출판사의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의 세번째 책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위근우 인터뷰와 글 : 2017,12) 가 출간 되었을 때 꽤 반가웠다. 만화의 시대, 정작 잘 모르는 작업과정과 작품의도·만화가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안내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직업으로서의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에 담긴 인터뷰가 당장의 데뷔 방법, 성공 비법을 말해 주진 못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과연 이 직업의 상세한 형태는 어떤 모습인지 좀 더 넓고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리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이해도는 너무 낮은 직업 중 하나가 만화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각각의 인터뷰이가 지닌 현재적 맥락을 이해하고 또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도와 별개로 존재하고 해석되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 비평적인 입장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8쪽_프롤로그)

 현재 4권까지 나온 남해의 봄날 ‘어떤 일, 어떤 삶’은 다양한 분야에서 10년 안팎의 경력을 쌓은 젊은 직업인들의 생생한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직업시리즈 도서이다. 일을 ‘직장’이 아닌 ‘삶’이라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래서 현 시대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늘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을 만날 수 있는 ‘젊은’ 도서들이다. 그런 신뢰를 가진 시리즈 책의 대중문화 직업군 중 만화가에 대해 인터뷰 하고 글을 정리한 이는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정평이 난 위근우 칼럼리스트다. 전작 <프로불편러 일기-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불편함은 없다>(한울:2017)에서도 날까로운 통찰과 따스한 시선으로 사회의 다양한 사건과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역시 통찰력 있는 질문으로 만화가를 만났다.

 인터뷰 동안 위근우 작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대표작에 얽힌 비화부터 프로 만화가로 작업하며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작화 기법이나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일과 삶의 철학을 담고자 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그들이 어떻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그리는 만화가가 될 수 있었는지, 작품 철학과 더불어 다양한 만화의 세계를 함께 보여 준다. 5명의 작가는 작품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만화 세계를 만들어 가는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일상의 경험을 저만의 색으로 녹여 내는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작품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노력형 만화가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지금 가장 주목 받는 애니메이션 감독 <생각보다 맑은> 한지원이다.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에서는 5명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작가들의 가치관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이끄는 이야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생생히 전한다. 여기에 단단한 필력과 연출로 믿고 보는 선배 만화가 윤태호 작가가 후배 작가들을 위해 건네는 조언을 함께 담아 책에 깊이를 더했다.

 고맙게도 곧, 만화와 만화가에 대해 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중문화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친구출판사 남해의 봄날과의 콜라보로 동네책방 숨에서 6월 28일(목) 저녁 위근우 작가와 함께 하는 북토크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_만화의 시대”가 진행된다. 이 시간을 통해 오랫만에 만화 이야기를 접하며 어릴 적 기억도 떠올리고 다시 이상을 꿈꾸며 현실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시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젊은 노동자들과 여성이 겪는 부조리와 불만족. 만화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매체였다.”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작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날 위해 살겠다’는 믿음으로 살아가고자 했고, 이러한 마음이 만화 속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 같다.”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
문의 062-954-9420
이진숙<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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