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뜯는 ‘맛’에 학교생활이 즐겁다”
문화예술·생태교육 중점…1인3악기 기본

▲ ‘국악기공’중인 대촌중앙초 3학년 학생들. 주1회 실시하는 체육교육이다.
 “가야금 연주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이번엔 신곡 ‘사랑을 했다’를 연주했거든요. 힘들긴 한데, 가야금 뜯는 맛이 정말 좋아요.”

 연습으로 굳은살이 베긴 손을 매만지며, 학교생활의 즐거운 점을 꼽아보는 학생. 대촌중앙초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대촌중앙초 학생들은 하나 이상의 악기를 거뜬히 다룰 줄 안다. 가야금, 바이올린, 풍물 악기 등 최소 3~4가지에 이른다.

 혁신학교 2년차인 대촌중앙초는 전교생이 185명인 소규모학교다. 규모는 작지만, 학교가 가진 자원이 무궁무진해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 학교 혁신의 중점과제다. 고싸움놀이 등 전통문화가 뿌리내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을 특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광주 남구 지석동에 자리한 대촌중앙초를 찾았다. 이날 오전 학교 강당에선 5학년 학생들의 풍물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실 밖을 벗어나 책이 아닌 장구와 꽹과리를 든 학생들은 지루할 틈 없이 풍물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술교육 수업은 신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음악적인 리듬감이 생기고 문화에 대해 더 친숙해 지고요. 이렇게 성장한 학생들은 확실히 예술적 감수성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3000평 텃밭 가꾸며 생태감수성 자라나
 
 학생들을 인솔한 한혜민 담임교사의 말이다. 이곳 학생들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풍물 수업에 참여한다. 풍물뿐 아니라 학년별로 문화예술교육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1~4학년은 국악교육, 2학년은 바이올린 교육, 1학년과 3·4학년은 연극교육, 5·6학년은 가야금 교육을 받는다.

 대촌중앙초는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생들의 ‘감수성 교육’에 포인트를 맞췄다.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학생들이 몸소 경험하며 배우는 과정에서 감수성은 어떤 가치보다 중요했다. 혁신학교 예산으로 구성원들이 원하는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게 되면서 목표는 현실화 됐다.

 또한 3000여 평에 달하는 교내 텃밭을 생태교육의 현장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학급텃밭을 만들고 학급 자체적으로 학생들과 의논해 작물을 정해 심었다.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의 다양한 채소들을 심고, 키우면서 수확의 기쁨을 알게 됐다.

 “지금은 아파트 공사 부지로 팔렸지만, 작년까지 3000평의 텃밭은 각별한 배움터였어요. 퇴비 값만 100만 원이 들어갔을 만큼 대규모 농사가 됐죠.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급식하는 날을 정하고, 많이 재배한 상추 등은 각 가정으로 가져가 먹기도 했어요.”

 대촌중앙초 혁신담당 나영희 교사는 “농사라는 매개로 학생들의 생태감수성이 자라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 텃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벌레를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무당벌레를 보면서 좋아하고, 죽어 있던 새를 땅에 묻어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게 됐어요. 씨앗을 심고 가꾸면서 생명이 태어나는 게 얼마나 신비롭고 대단한 건지 몸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지식보다 감성 살리는 교육, 성장 발판”
 
 일궈온 텃밭 부지는 팔렸지만, 학교는 또 다른 공간을 활용해 전과 못지않은 생태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6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해지는 예술·생태교육을 가장 잘 체감하고 있었다.

 “급식을 먹고 텃밭으로 달려가 후식으로 오디, 복숭아를 따먹었다”는 고수찬 학생, “가야금을 뜯으며 실력 늘어가는 기쁨이 크다”는 김가영 학생, “직접 캔 감자를 쪄먹고 학교에서 야영했던 게 즐거웠다”는 최은빈 학생. 모두 학교생활을 떠올리면서 체험활동의 추억을 꼽았다.

 대촌중앙초 최규남 교장은 “교직원들에게도 농사나 예술교육이 처음인 경우가 많지만, 모르기 때문에 배워가자는 마음이 크다”며 “이러한 활동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학교는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구성원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촌중앙초는 올해 시작한 업무지원팀(교담 2인+담임 5인 체제)의 활동을 정착시키고, 수업나눔 활동을 더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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