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자연드림파크 갈등, 아이쿱생협 조합원 기고]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 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협동조합 운동은 자본에 의해 인간이 지배되는 자본주의 사회를, 인간이 존중받고 인간단운 삶을 영위할 수 위한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시작됐다.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절대적인 빈곤의 해결과 인간다운 삶의 추구는 협동조합 운동의 오래됐지만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자본주의는 영국에서 먼저 발달되었으며 산업화와 함께 자본가,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었는데,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노동자의 생활은 궁핍함을 면치 못했다. 자본의 축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노동자 스스로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고,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의 협동조합 운동이 전개된다. 방직공장의 경영주였던 오웬은 ‘사회의 핵심’을 공동체로부터 발견했고 새로운 사회를 시작하기 위해 협동조합촌을 조직했다. 노동자들이 협동을 기초로 자기 자신을 위해 생산하고 재화를 교환함으로써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한 오언의 운동은 윌리엄 톰슨, 윌리엄 킹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으며 영국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결성으로 이어진다. 조악한 품질과 높은 가격의 생필품 대신에 힘을 모아 적절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생필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등장은 열악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은 소비를 위한 조합이 아니라 공정한 사회를 위한 조합이었으며 경쟁의 원리가 아닌 협동의 원리로 이를 실현했으며 오늘날 소비자협동조합의 효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두레와 계를 협동조합의 시작으로 보지만 계승되지 못하다가 1980년대 후반 사회운동으로 출발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폐해진 노동자 및 민중들의 일상을 지키고자 식품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조직하고 일상을 재구조화하는 운동의 성격이었다. IMF 이후 전국적 생협조직이 형성되며 아이쿱(iCOOP)도 조직적인 체제를 정비했다. 아이쿱생협의 대표적인 브랜드 (주)자연드림은 생협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지역조합원들의 출자를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아이쿱생협의 독자상품에 대한 유통 경로의 안정적 확보와 가맹점의 확대를 통해 시장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지역생협을 운영·관리하는 능력을 강조하며, 조합원 활동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 연수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이쿱생협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달을 위해 친환경농업교육, 학교급식운동, 식품 안전교육, 인문학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의 시작과 발전은 자본주의 시대 열악한 노동자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으며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이같은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역사를 생각한다면 노동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지금 여기 한국, 정확히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동탄압 현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노동조합을 대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자본주의의 대안을 꿈꾸는 줄 알았더니, 직접고용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외주화부터 시작해 ‘노조 가입 후 징계’, ‘과도한 업무 지시’, ‘공개 비난과 퇴사 요구’ , ‘구례에서 충북 괴산으로 원거리 발령’ 등 대기업 저리가라할 만큼 악랄하고 구태의연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비방하고 나섰다. 급기야 직장내 괴롭힘으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될 정도이며, 또한 여기에 반대하는 글이나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여론조차 통제하려고 한다.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하다. 이제 우리는 겁에 질려 입조차 닫아야 하는 것일까? 나 역시 실명을 공개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지만 구례자연드림파크 경영진의 노동조합에 대한 감정적 공격과 비난의 근거없음을 여러 방면에서 제기하고 꼭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본다.

 먼저 우리 아이쿱생협 조합원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에 대한 비난과 탄압을 단호하게 반대한다. 경영진이 생협조합원들과 주변에 흘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 중 불만을 가진 일부일 뿐이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들은 다 비열한 변명이고 헛소리이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에 가입할 때 소수여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는가? 도덕성 테스트를 받았는가? 소수의 불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생협은 도덕성과 무관하게 누구라도 취지에 동의하면 자유롭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었다. 오히려 노동조합에서는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또다른 비난은 생협에 가당치않게 무슨 노동조합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소외된 노동이 있는 곳에, 노동자가 있는 곳에 노동조합은 존재한다. 생협이라고 노동조합 못만들 이유는 없다. 생협에서는 노동의 목적과 역할을 조합원활동, 직원노동, 조합원노동으로 각각 다르게 구분하면서 특히 조합원노동을 중심에 두고있는만큼 보이지않는 위계와 불평등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우선 아이쿱생협 경영진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설계하자! 노동자는 더 이상 아이쿱생협이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부속품이 아니며 ‘소비자’, ‘생산자’와 당당히 어깨를 함께하는 소중한 ‘생산의 주체’이다. 현재 구례자연드림파크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사명감을 갖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고 있는 만큼,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제공해 일반기업과 다른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조합원 민주주의 뿐 아니라 노동자, 노동조합과 소통하는 민주주의까지 나아가야 하며, 그래야만 노동조합은 협동조합이라는 사회운동과 조합하여 다층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회적 노동조합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이제 아이쿱생협이여, 자본의 바퀴를 멈추고 다시 협동조합 정신으로 돌아가자! 지금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생산되고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노동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나쁜 상품·서비스’가 되었다. 오랫동안 아이쿱생협이 공들여온 ‘윤리적 소비’ 운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아이쿱생협 운영진의 무능과 오판 속에서 협동조합의 정신은 실종되고 오히려 자본주의의 첨병인양 ‘나쁜 상품·서비스’ 제공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이 아이쿱생협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니며 한편으론 생협운동의 희망과 변화 가능성을 믿고 있다. 아이쿱생협과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의 만남, 지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노동탄압 현실을 바꾸자.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거부할수록 자본주의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것이다. 나를 비롯한 아이쿱생협을 아끼는 조합원들은 아이쿱생협이 노동조합에 대한 인정과 성실한 교섭에서부터 출발해 앞으로 ‘노동존중 아이쿱생협’으로 거듭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김현미 <빛고을생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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