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파’ 반재신→김용집 의장 직무대행 교체
의장단 선거 강행 의지…반의원측 “정당 절차 아냐” 반발
반쪽 개원·법적 다툼 소지에 장연주 의원 “이런 식 안돼” 정회 요청

▲ 더불어민주당 내 자리 싸움으로 광주시의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열린 3차 본회의에서 민주당 내 소위 다수파 의원들이 의장 직무대행 교체를 강행했다. 그러자 반재신 의원을 비롯한 상대 측 의원들이 정회 후 회의가 속개되는 시점에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남은 의원들이 이후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원구성 갈등으로 광주시의회가 제대로 개원도 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간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다. 소위 민주당 내 다수파 의원들이 ‘임시의장’ 교체를 강행하자 반재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상대 측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볼썽사나운 민주당 의원들의 ‘감투 싸움’이 ‘반쪽 개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11일 오전 11시 제270회 임시회 3차 본회의를 열었다. 지난 9일 1차 본회의에 이어 10일 2차 본회의까지 정상 진행되지 못하고 ‘자동 산회’된 가운데, 이날은 시작부터 민주당 다수파 의원들이 움직였다.

김학실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시의회 사무처에 “다른 임시의장을 지명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지방자치법 제54조의 “직무를 대행하는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의장 등의 선거를 실시할 직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다음 순위의 의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9일부터 의장 직무대행은 반재신 의원이 맡아 왔다. 의장을 선출하기 전에는 지방자치법 제54조에 따라 출석의원중 최다선이,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에는 연장자가 의장 직무를 수행한다.

시의회 내 재선 의원은 김동찬·김용집·반재신 의원 3명인데, 반 의원은 지난 9일 오전 의장 후보직에 사퇴했고, 단독 의장 후보로 나선 김동찬 의원을 제외하고 김용집 의원보다 나이가 많은 반 의원이 의사 진행을 맡게 된 것이다.

제8대 광주시의회는 총 23명의 의원 중 2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정의당 장연주 시의원이 유일한 야당 소속이다. 의장단 선거를 놓고 민주당은 김 의원 측 13명과 반 의원 측 9명으로 진영이 갈라져 있다.

반 의원은 지난 이틀간 회의를 열자마자 정회를 선언했다. 원구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는데, 반 의원 측은 김동찬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다수파’가 독식하는 것을 반대하며 지역과 성별을 고려한 자리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여성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논의를 통해 상임위원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여성 부의장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날 3차 본회의도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상대 측 의원들이 ‘의장 직무대행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광주시의회 1층 홍보관에 붙은 제8대 광주시의회 개원 축하 현수막. 정작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내 원구성 갈등으로 제대로 된 개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학실 의원을 비롯해 조석호 의원 등은 “반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제54조에 따라 의장 직무대행을 교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다른 의장 직무대행을 지명해 달라는 김학실 의원의 요구에 대해 정민곤 광주시의회 사무처장은 “의회 사무처가 의장 직무대행을 지정할 권한은 없다”며 “의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정의당 장연주 의원은 “현 상황에서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의장 직무대행을 교체하는 것은 법적 다툼까지 갈 수 있고, 이는 제8대 광주시의회의 수치로 남을 수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간 막판 합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반 의원 측에 “3차 본회의를 제대로 진행할 건지 입장 표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반 의원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석호 의원이 앞으로 나서 “반 의원이 아무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오늘도 파행을 반복한다는 뜻이다”며 “지방자치법 제54조를 근거로 차순위자인 김용집 의원을 의장 직무대행으로 추천한다”며 동료 의원들의 뜻을 물었다.

의원들은 거수로 동의 여부를 표시했는데, 조 의원을 포함해 12명이 동의 의사를 나타냈고, 조 의원은 “김용집 의원을 임시의장으로 하자는 것에 대해 과반 이상이 거수로 동의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했다”며 김용집 의원에 의사 진행을 요구했다.

김용집 의원은 “광주시의회 파행을 지속할 수 없다는 막중한 의무감으로 과반수 이상 의원들의 뜻에 따르겠다”며 이를 수용, 회의 진행에 나섰다.

그러자 반재신 의원이 의회 사무처에 “정당한 절차인가? 의회 사무처장이 보장하는 것이냐”며 따지면서 “오늘 발생한 임시의장 문제는 정당한 절차인지, 법적으로 유효한지 차후 살피도록 하겠다. 여기에 모든 책임은 우리 모두가 져야 할 것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김용집 의원이 의장 선거를 안건으로 상정하자 반 의원 측 황현택 의원은 정회를 요청했고, 김용집 의원은 10분간 정회를 선포했다.

그런데 10분 뒤 회의를 속개하려는 상황에서 반 의원 측 9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상 의장 직무대행 교체에 반발하며 ‘보이콧’을 한 것이다.
11일 열린 광주시의회 제270회 임시회 3차 본회의. 의장 직무대행 교체와 함께 10분간 정회가 선포된 이후 다시 회의를 속개하려 했으나 의장 직무대행 교체에 반발한 시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이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던 장연주 의원은 “이대로 회의가 속개되면 4년간 함께 일할 절반 가까운 의원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며 “한 번 만 더 정회를 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김용집 의원이 오후 3시까지 정회를 선포하면서 일단 오전 상황은 정리됐다.

하지만 이때까지 반 의원 측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남은 의원들이 의장단 선거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집 의원은 “어떤 형태로든 모든 의원들이 함께 모여 의장단을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고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상임위원장 후보 접수 등 이후 일정을 고려하면 한 없이 길게 정회를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의장 직무대행 교체와 관련해 “의원들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에 사무처에선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지방자치법 제54조에 의장 직무대행 교체와 관련해 명확한 절차나 내용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정당한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굳이 따져야 한다면 소송을 해봐야 현 상황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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