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귀자 씨 (사)코리아문화예술단 설립 ‘봉사 인생’ 2막
공연 1000회 이상…단원 100여명과 ‘춤추고 노래하고’

▲ 지난해 5월 독도에서 실시한 공연 모습. <코리아문화예술단 제공>
 “‘독도는 우리땅’ 공연을 독도에서 실현해보자.”

 의기 투합하면 바로 행동하는 이들. 46명의 공연단이 배를 탔다. 작년 5월이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까지, 광주에서 오가는 덴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중 독도에서 실제 공연한 시간은 15분. 유람선 정박 가능 시간이 20분인 탓에, 더 어찌해볼 도리 없는 깜짝쇼였다. 함께 배 타고 움직이는 관광객을 관중삼아 펼친 독도 퍼포먼스, 이렇게 또 공연 ‘스펙’에 이색적인 이력 한 줄을 더했다. 이미 공연 프로필은 1000회 째를 넘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코리아문화예술단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사단법인은 올해 들어 설립된 틀거리이고, 이전엔 개인기로 모든 일이 진행됐다. 중심에 있는 이가 강귀자(68) 단장이다.
강귀자 코리아문화예술단장.

 젊었을 적 봉사 활동 나섰다가 ‘더 잘해보겠다’고 재능 개발을 위한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강씨. 여러가지 ‘탤런트’로 무장하니 활동 무대가 더 확장됐다. ‘함께 하겠다’는 이들도 모여들었다. 현재 코리아문화예술단엔 평균 연령 70대의 할머니·할아버지 재능꾼 100여 명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공연때면 무대에 올라 솜씨를 뽐내고, 필요한 경비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갹출해 강 씨와 함께 움직이는 동반자들이다.

 무대가 없는 날엔 강 단장의 사무실(북구)에 모여 연습하고, 먹고, 잡담하고 논다. 잠 자는 시간만 빼면 대부분의 일상을 함께하는 공동체 수준이다. 예의 독도 퍼포먼스에 참여한 40여 명도 단원 중 일부. 광주에서 포항까지 버스로 4시간 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배로 2시간 등 장거리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파다. 필요한 비용은 함께 감당하는 의리파기도하다.

▲독도서 15분 공연…이틀 걸려 왔다갔다 열정
 
 모두 강 씨가 뿌린 씨앗이었다. 그는 전업 주부였다. ‘어떻게 숨겨왔을까?’싶은 끼들이 분출한 건, 봉사 활동에 이끌려 세상에 나온뒤부터. 1990년대였다. “집 근처 복지관에 나가 배식을 돕고, 설거지하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노래로 하는 봉사도 있더라구요.” 평소 노래를 좋아했는 강씨는 이참에 정식으로 노래와 춤 공부를 했다.
공연 모습.<코리아문화예술단 제공>

 “가만 생각해보니 50대가 되면 노래보다 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때 배우기 시작한 것이 레크레이션이다. 곧 조선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관련 과정을 수료했다.

 “60대가 되면 춤도 노래도 어려울 수 있겠다 싶은 겁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학위 논문을 써내지 못해 아쉬움이 있네요.”

 중간에 웃음치료 과정도 수강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할 수 있는 장기가 쌓이니 그에게 열린 무대가 지천이다. 2004년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의 주축이 됐다. 이후 주중엔 노인건강타운이나 복지관 등에서 웃음치료 등을 강의하고, 주말·휴일엔 단원들과 함께하는 공연이 많다.

 “복지관에서도 하고, 병원에도 가고, 축제철엔 전국을 돌고요.”

 무대에서 주로 펼치는 레퍼토리는 ‘아리랑 목동’ ‘진도 아리랑’ 등 단체 군무가 가능한 곡 위주다. 공연 안무는 강 씨가 직접 짰다. 특별할 건 없지만 노래에 담긴 감성을 전달하는데 최적화된 율동을 연구해 만들어낸 퍼포먼스다.
공연 모습.<코리아문화예술단 제공>

 “강강술래에 필요한 안무는 진도에 가서 진도 아리랑 공연을 캠코더
로 담아와서 연구하고 만들었어요.”

 ‘독도’ 퍼포먼스 영감을 준 건 외국인이다. 홈스테이로 내놓은 자신의 집에 숙박한 미국인과 강 씨의 자녀간 대화중에 ‘필’이 왔다는 것. “외국인들도 독도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우리의 감성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대를 꾸며보자는 고민이 생기더라구요.”

 태극기를 숨겨서 무대에 오른 뒤 공연도중 집단으로 펼치는 퍼포먼스가 중심인 독도 공연을 신명난 한 판이다. 태극기가 핵심인데, 최근 야릇한 상황에 퍼포먼스에 힘이 빠져서 아쉬울 따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가 ‘태극기’를 남용한 뒤 소품이 빛바랜 탓이다.
공연 모습.<코리아문화예술단 제공>
 
▲“100세 시대, 중요한 건 내 의지대로 활동”
 
 전문가의 안무도 아니고, 각잡힌 아이돌의 군무도 아니지만 팬층이 확고하다. 이에 힘받아 무대는 갈수록 열정적이고, 출연자가 늘어난다.

 강 단장은 객석의 관객들 반응 못지 않게 무대 위 단원들 활동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집에 누워있지 마라.” “무조건 밖으로 나와라.” “배워라.” 강 씨가 주위 어르신들께 늘 하는 말이다. “100세 시대, 중요한 건 장수가 아니라 내 의지대로의 활동”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강 씨의 이같은 지침에 호응한 이들이 코리아문화예술단원이 됐다. “저희 단원들 대부분이 70대에요. 82살 되신 분도 계시구요. 매일 나와서 춤 연습하는 게 재밌대요. 다른 이들처럼 경로당 가지 않고 연습장으로 나와요. 이곳에서 그들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공연 모습.<코리아문화예술단 제공>

 지난달 30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정기공연은 이들이 발산한 행복 에너지로 가득찼다. 사단법인 출범 후 첫 정기공연인 이날 무대엔 단원 100여 명이 출동해 기량을 뽐냈다. 배우들이 행복하니 관객들도 흥이 배가됐다. “니도 좋고 나도 좋고.” 집에 들어앉아 있었다면 그냥 노인이었을 테지만, 밖으로 나와 활동하면서 청춘을 만끽하는 이들. 그들에게, 무대는 봉사라기 보다 감사다. 어찌 춤사위가 덩실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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