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지기 활짝 시민강좌 ‘혐오 표현, 자유인가 범죄인가’
4강 ‘장애를 욕망하면서 혐오하는 사람’ 김원영 변호사 강연

▲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혐오 표현 주제 강연 6강 중 네 번째 강사로 나선 김원영 변호사가 지난 11일 광주시청 1층 시민의숲에서 강연하고 있다.
 ‘장애를 욕망하면서 혐오한다’는 양가적 상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통념상 ‘장애는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실제로 장애를 욕망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혐오 표현’ 주제 강연 4강은 김원영 변호사가 ‘디보티즘’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체장애인인 그는 최근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펴냈고, 장애인권 강연 등에 나서고 있다. 이 강연은 지난 11일 광주시청 1층 시민의숲에서 진행됐다.

 김 변호사는 디보티즘(devotism)에 대해 ‘장애가 있는 이들의 신체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헌신하는 사람(devotee)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주로 신체 절단 장애인 여성에 대한 비장애인 남성의 구애”의 형태로 드러난다.

 “디보티즘을 설명한 한 장애인 학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꺼림칙한 감정을 느꼈다고 해요. 자연스러운 건 장애를 이상하게 여기는 거잖아요? 갑자기 성적 인정을 갈구하는 상대를 만나면, 좋기도 하면서 불편한 감정이 드는 거죠.”
 
▲장애인, 사회가 원하는 품위 갖출 수 없어
 
 김 변호사는 혐오보다 좀 더 복잡 미묘한 ‘인간의 매력’이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로 한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신체 근육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요. 사회가 원하는 품위와 우아함을 유지하기 어렵죠. 이를테면 비오는 날 우산 쓰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태에요. 와인을 마시기보다 소주에 빨대를 꽂아 마시게 되고요.”

 과거에 비해 물리적 제약은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삶은 여전히 “사회가 원하는 품위를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권력자들을 위한 의전의 핵심은 ‘곡선처럼 자연스러운 동선’에 있어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지정된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하죠. 수많은 사람과 에너지가 투입됨으로써 품위 유지가 가능한 사회인 겁니다. 그럴수록 신체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은 우아하기가 어렵겠죠.”

 품격 유지가 중요한 사회일수록 시류에 따라가기 어려운 이들은 사적으로 상대하기 부담스런 존재가 된다.

 “매력자본이라는 말이 있죠. 과거 공동체에서는 두루두루 친교를 맺었지만, 단절된 도시적 삶은 상대방의 매력과 코드로 관계를 맺길 원하고 있어요. 외모의 매력 외에도 움직임과 속도가 결합된 매력자본이 부재한 경우, 장애인들의 소외 현상은 더 심화될 겁니다.”
김원영 변호사.|||||

 사적관계에서처럼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상에서는 장애인을 혐오하지도 그렇다고 환대하지도 않는 분위기로 점철된다.

 “장애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단절된 상태에서 디보티즘은 문자 그대로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신체 부자유에 유일한 매력을 느끼면서 오로지 자신만이 당사자를 사랑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혐오와 다름없어요.”

 디보티즘은 장애 있는 신체를 정말로 신체적 조건 안에 가둬버리는 태도라는 것. 인간의 몸을 인식하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장애 혐오하면, 더 큰 혐오에 직면할 수 있어”
 
 “우리의 뇌는 스냅사진이 아니에요. 대상에 대한 모습을 여러 차원에서 통합시키죠. 그래서 한 사람의 몸을 본다는 건 그 사람의 이야기, 표정, 행동양식 등 모든 것을 의미해요. 장애인의 신체는 이런 자연스러운 수용을 방해하는 많은 지배적 상념이 있죠. 그래서 더 어려운 거고요.”

 그는 장애인으로서 마주한 실존적 문제가 “거칠고 추한 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기준에서 불편하고 부담스런 존재라는 규정으로 스스로의 존엄성을 헤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장애인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죠. 더 강력한 혐오와 맞닥뜨릴 수도 있어요. 사회가 원하는 미적 관념과 사회적 규범에 조화되기는 갈수록 어렵겠죠.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찌질해지는 걸 주저하지 않았으면 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신체가 가진 속도와 특성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가능성도 열릴 거예요.”

 한편 광주인권지기 활짝은 광주시 인권단체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혐오 표현, 자유인가 범죄인가’와 관련한 주제로 매주 수요일 5회에 걸쳐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18일에 진행되는 마지막 강연 5강은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혐오는 하나님의 언어가 아니다’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