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맹꽁이·‘5·18’ 역사 공존
비가 오면 웅덩이, 평상시 메마른 서식지

▲ 맹꽁이가 살고 있는 화정근린공원.
 찌는듯한 폭염이 시간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7월의 어느 날, 우리는 화정근린공원을 찾았다. 여느 공원처럼 숲이 제공하는 그늘막에서 폭염을 잠시 피하나 했던 기대와는 달리 화정근린공원엔 국군광주병원이었음을 말하는 건물들과 아스팔트 산책로,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작은 그늘만 선물하고 있을 뿐이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스무명 정도? 녹색연합, 생명의 숲, 숲해설가협회,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오신 분들이다. 이번 행사는 광주의 도시공원 중에서도 광주시가 조성하기로 한 공원을 탐방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행사로 기획되었다. 집 앞의 운암산과 영산강 수변공원을 매일 찾으며 공원에 관심이 높던 나는 ‘도시근린공원’과 ‘탐방’에 이끌려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하게 되었다.

 화정근린공원은 1964년에 지정된 오래된 공원이지만 시민들이 이용하게 된 것은 2017년에 광주시가 국방부로부터 국군광주병원 부지를 일부를 매입하고 양도받으면서 부터이다. 결혼 전 이 근처에 살았던 나조차도 이 곳이 공원임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으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공원이다.
광주 도시공원 시민탐방단.
 
▲습지식물 미나리·고마리 등 확인
 
 참가자들 간의 간략한 인사를 마치고 오늘의 강사인 김영선 교수님의 안내를 따라 처음 찾은 곳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의 서식처이다. 자물쇠로 채워진 철문을 열고 한참을 가다 수풀을 헤치고 내려간다. 나무 몇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고 메말라 있지만 웅덩이였음이 짐작되는 곳이 맹꽁이의 서식처이다. 맹꽁이는 습지에 서식하며 구멍을 파고 살거나 낙엽 속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메마른 땅에서 맹꽁이가 살고 있다니 조금 희한할 일이다.

 맹꽁이 서식처를 자세히 살피니 오래 전부터 수로 역할을 했던 흔적이 보이고 습지에서 산다는 미나리, 고마리, 버드나무가 확인된다. 비가 오면 잠시 웅덩이를 형성하고 곧 마르지만 땅 밑의 지하수고는 높은 편으로 습지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교수님의 설명이다. 사람들의 손이 타기 힘든 곳에 위치하는 것도 주요했을 것이다. 이 땅 밑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니. 탐방하는 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이 곳 화정근린공원은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로서 5·18민주화운동의 주요 사적지 중 하나이다. 80년 5·18 당시 계엄군들에 의해 부상당한 시민군들이 끌려와 군의관들에게 치료받던 곳이자 치료과정에서도 갖은 협박과 취조를 받던 곳이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 광주시는 이 곳을 역사공원과 치유센터로 조성할 계획이라 한다. 문제는 이 맹꽁이들이다.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본디 살던 곳을 떠나 정착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될 수 있는 한 현재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가운데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공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화정근린공원은 옛 국군광주병원 부지로서 5·18민주화운동의 주요 사적지 중 하나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여러 사적지들 중에 화정근린공원의 생태적 가치는 맹꽁이로 인해 특별해졌다. 기존의 건물들을 잘 살리는 방향에서 역사공원과 치유센터를 유치하고 나머지 수림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심의 생기를 불어 넣을 녹색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숲과 맹꽁이가 어우러진 도심의 휴식처를 찾는 많은 시민들이 5·18을 더욱 가까이에서 접하고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특히 성공적인 치유센터 운영을 위해서도 안정과 치유의 공간으로서 생태적 접근이 따라야 할 것이다.
 
▲숲은 60년대 조경 리기테다소나무 점령
 
 일행은 화정근린공원 산책로를 따라 곳곳을 탐방하였다. 숲은 60년대 조경한 리기테다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단층침엽수림이며 숲과 도로의 경계면 또는 개활지에서는 귀화식물들이 잠식하고 있는 상태였다. 쉽게 말하면 우리 산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숲의 구조는 아니란 것이다. 더욱 푸르고 건강한 숲을 위해선 다양한 수종들이 혼재되어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나 공원을 대하는 관리당국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생각된다.
화정근린공원에는 리기테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2020년이면 도시공원 일몰제에 의해 근린공원들이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공원이 사라지는 만큼 도심의 온도는 올라가고 시민들의 여유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며 당국의 의지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이다.

 수림공간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화정근린공원이지만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서식지와 역사적 가치가 함께 공존하는 이 곳은 광주시가 조성하여 공원으로서 우리 옆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의 사정은 이와 같지 않다. 우리의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박용식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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