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자연드림파크 갈등, 아이쿱생협 조합원 기고]
시급 1만 원보다 노조할 권리 보장을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 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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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온다. 예루살렘에서 변방으로 가는 길에서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크게 다쳐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그때 누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왔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사회지도자인 제사장이 그냥 지나가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레위인도 그냥 보고 지나갔다. 천민계층 사마리아인이 그 강도 만난 자를 도왔다. 선의 진실한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만 나오지 않는다.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진보’라는 가치도 이런 측은지심에서 시작한다.

 나는 우리 아이쿱생협이 그런 진보적인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거대담론보다 생활실천을 강조했고, 90년대에 인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초기멤버라고 했다. 게다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여성이었다. ‘서민도 친환경농산물을!’ 이라는 슬로건에도 그런 진보적가치가 표현되어 있었다.

 아이쿱 소속 생협들은 생활운동과 친환경유통사업의 양날개로 성장했다. 2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한 결과 이제 사업은 전문영역에 맡기고 우리는 활동을 잘하자고 결의했다. 활동만 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우리는 사업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복잡한 지분구조는 점점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이 사업체의 주인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지역생협이 매장 개설을 위해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판매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생협마다 사무실에 주방을 만들었다. 하지만 매장이 ㈜쿱스토아 소속으로 전환 된 후 지역생협 이사회는 판매장직원들이 하루에 얼마나 서있는지, 노동강도가 어떤지, 생활임금은 되는지 둔감해졌다. 하물며 멀리 구례에 있는 공방직원들의 근무현실까지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성장가도의 아이쿱 역사에서 유기농가공식품단지는 또 하나의 큰 성장동력이다. 성장의 자부심만큼 우리는 놓친 것들을 반성하고 다시 준비해야한다. 우리는 편의에 따라 조직(법인)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인큐베이팅기업이 아니다. 매출이 6000억 원이고 직원이 수천명이다. 이해관계가 많아지고 책임이 무거워졌다. 법인이 다르니 아이쿱과 상관이 없고, 이것은 원래 우리 정책이었다고 변명하지 마시라. 독자생산 독자유통을 주장하며 통일성을 강조한 것도 우리 정책이었다.

 조직이 커져서 감당 못할 만큼 책임이 무겁다면, 법인만 나눌 것이 아니라 권한을 나눠야 한다. 자주적 노조가 꼭 필요했던 현장노동자의 현실을 들여다 보자. 제발 가까운 매장의 판매직원이라도 만나보시라. 대우가 점점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시급은 올랐으되 지급하던 점심식사비가 없어지는 등 받는 월급은 똑같다고 말한다. 설사 아이쿱의 철학 때문에 시급을 1만 원으로 올렸다고 해도 그보다 먼저 직원들에게 노동조합 만들 권리를 돌려줘야한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의 비판이 억울한가? 아이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노조가 아니다. 그것은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횡령과 비리사건으로 막으려한 그 누군가이다. 젊은 여직원이 사우나시설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제보하자, 경위를 밝히거나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보복성 징계를 내린 사람이다. 부당징계 판정이 나도 증거가 부족했을 뿐이라며 노동위원회 판결을 이행하지 않도록 지시한 사람이다. 노조가 제기한 산재 은폐에 대해서도 업무미숙과 노동청에 보고를 누락했을 뿐이라며 엉뚱한 말을 한 책임자이다. 지난 4월 20일의 무급휴직과 대기발령을 중단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합의를 깨고 노조원을 괴산으로 발령을 낸 결정권자이다. 노조가 만들어져도 1년 동안 형식적인 교섭으로 버티고 있는 회사측 교섭위원들이다. 전국의 매장에서 판매하다가 남아 다 짓물러진 물품이 구례직원식당으로 매일 100박스씩 쏟아지게 만들어 놓고, 식자재 관리소홀로 4700만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억지 논리로 담당직원을 징계한 인사위원회이다. 아이쿱은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모두 노조에게 속았다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정당한 의정활동을 하는 송옥주 의원과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한 일부 활동가들과 생산자들이다.

 노동조합의 주장이 억지인지 제발 현장에 와서 직접 들어보시라. 노조조직율이 10%도 되지 않는 한국에서 노조를 만들려면 어지간한 마음으로는 시작도 못한다. 그만큼 절실해야 한다. 구례노조지회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떤 분의 주장처럼 모두 민주노총 소속 아니다. 특정 정파는 더더욱 아니다. 바른말 잘하는 DNA를 가진 소금 같은 분들이다. 아이쿱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조합원에 대해 ‘그런 사람들은 원래 항상 있다’고 귀 막지 마라. 안 그래도 아이쿱은 자주 외부비판에 대해 거칠게 대응해 왔고 그래서 종종 다른 운동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그때마다 지역조합 활동가들의 헌신과 연대활동으로 막아왔다. 언제까지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막음을 할 수는 없다. 신념이 과하면 신앙이 된다. 평가는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것이다. 아이쿱은 많은 투쟁현장에 연대해왔다. 그런데 정작 자기조직 내 노조를 적대시 한다면 내 이익에 손해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하는 실천이 돼 버린다.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총이 반성할 점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20년 역사를 자랑하면서 노조 하나 인정 못하는 우리가 비판할 일은 아니다.(쿱스토어 경남노조는 잘 지내고 있다고? 고사직전이다. 가서 물어봐라!) 노동운동이 적대감만 남은 낡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라고 지적하는 것 자체가 낡은 사고방식이다.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의 손을 잡아 준 민주노총이 제 편 감싸기 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내가 보기에 제 식구만 감싸고 도는 것은 아이쿱이다.

 협동조합에서 지역생협이 1차 조직이다. 연합조직-아이쿱사업연합회는 지역생협의 필요에 의해 만든 2차조직이다. 지역생협의 독립적 권한을 분명하게 하자. 사업연합회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부당한 노동탄압으로 아이쿱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자를 밝히고 문책하라. 그리고 부당하게 누명을 쓴 노조원에게 사과하라. 지역생협은 아이쿱사업연합회의 입장을 조합원에게 전달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의견을 아이쿱연합회에 전달하는 중간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지역생협은 ‘이 좋은 물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대리점이 아니다.

 ※추신: 지금 구례 노조원들이 투쟁일변도의 강성으로 보이는 것은 그만큼 탄압이 세기 때문이다. 세게 맞은 만큼 비명도 큰 법이다. 우리 모두 약한 노동자의 편에서 함께 싸워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자. (되려고 노력하자!)
안상연<전 남원아이쿱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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