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책
13일 동네책방 숨, 저자 이영미 북토크

 ‘저 마라톤 풀코스 완주 해 볼 거예요. 무서워 못 타는 자전거도 배우려고요.’

 얼마 전 가까운 이들과 모임을 하다 최근에 읽었던 책 ‘마녀체력’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해 보고 싶은 게 생겼다고, 큰 소리로 선언해 버린 것이다.

하루 종일 뛰기는커녕 걷는 것도 거의 안하고 집안이 일터라 1층, 2층만 왔다 갔다 하는 나에게, 호언장담 같아 보이긴 하지만 일단 사람들 앞에서 말을 꺼내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더 그랬다.

 사실 나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는 식의 자기 계발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경쟁의 구도에 몰아넣고 누군가보다 늘 잘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심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자기 자신을 잘 훈련하고 관리해서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그래도 의심스런 맘이 드는 건, 수많은 자기 계발서가 말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동기로 인해 무언가 도전하기 보다는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기 쉬워서다.
 
 “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나이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분발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을 발산하는데 어찌 내가 예전에 알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250쪽)
 
 ‘마녀체력’의 저자는 운동을 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몇몇 친구 부부와 함께 지리산을 갔을 때, 누군가는 땀 흘려도 상기된 얼굴로 함께 산에 올라갔다 온 감동을 이야기 하는데 저자는 카페 한쪽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남은 인생의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나이 마흔에 이러고 있으니 나중에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도 없는 노년을 보내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 사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세밀한 생각과 감정에서 출발해 자기의 도전과 실패, 두려움과 극복을 진솔하게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통해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한 인간을 보여 준다. 노화라는 것이 포기가 아닌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지독한 자기사랑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한국 사회의 여성들은 오랫동안 희생이 당연시 되어온 사회에 살다보니 무언가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여겨졌다. 직장맘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니 어찌 자기를 돌보는 일을 우선에 둘 수 있을까.

진정한 자기사랑과 돌봄이 이루어져야 타인을 위한 행동도 진심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술술 읽히는 것도 담백하고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간 글솜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부분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내 양팔 저울은 언제든 정신 활동 쪽으로만 기울어졌다. 지적인 능력을 벼리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다. 육체적인 능력에 대해선 무시하고 천대했다. 내 몸에 그런 잠재력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책을 읽고 만드는 에디터가 게으르고 허약하고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짧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던가. ‘철학자나 작가는 허약하고, 스포츠맨은 똑똑하지 않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꽤나 깊고 끈질기다. 그러한 편견 때문에, 한쪽으로만 쏠린 불완전한 삶을 잘도 용인해 왔다. 마흔 살에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나 같은 에디터도 얼마든지 지적활동과 육체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걸.”(216쪽)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하나뿐인 내 인생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유난히도 덥고 힘겨웠던 여름을 보내면서, 다시한번 나와 내 몸,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을 보게 되어 환기가 되는 느낌이다.

 9월13일(목. 저녁7:30)에 동네책방 숨에서 진행될 북토크에서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님을 만날 수 있다. 함께 자신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이야기 나누는 북토크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활기차며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설계할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체력이 강해질 수 있나요?” 내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한결같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좀 더 친절하게 풀어보면 이렇다.

“저 같은 저질 체력에 마흔 넘은 여자도 10년간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27쪽)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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