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과거 영국 식민지, 갠지스 강, 요가, 명상가들의 나라…. 여전히 인도는 나에게 미지의 나라다. 먼지가 뿌옇고 흰 옷 입은 이들이 많은 곳인가 싶은 정도여서 그들의 문화나 전통에 대해선 부끄럽게도 무지하다. 그런 나에게 최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인도 전통 문화의 경이로움과 함께 현재 인도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한 책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타라북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바로 인도의 작은 출판사를 소개한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 봄날)이다.

 눈이 부신 분홍색에 도드라진 노란색으로 나무가 그려져 있다. 꿈틀거리는 모양이 곧 움직일 듯 생명력이 가득하다. ‘나무들의 밤’(바주 샴/보림:2012)의 한 장면을 책의 표지로 선택했을 뿐 아니라 기법 또한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만든 남해의 봄날 출판사의 신작이다.
 
▲타라북스, 인도의 독특한 문화 소개
 
 우리는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중략)…책(일)의 질, 동료들 간의 관계, 일과 사람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게 존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30쪽)
 
 우연한 기회에 핸드메이드 책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인도 문화와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책을 전 세계에 소개하게 된 타라북스는, 유수한 세계의 도서상을 수차례 수상했으면서도 아직도 20여 명 규모의 직원과 함께 인도 내 소수민족의 예술가와 이야기를 발굴하며 여전히 ‘작게 존재’하고 있다. 인도에 그렇게 많은 소수민족이 있었는지 저마다의 문화와 이야기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던 나에겐 새로운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한 길잡이가 된 셈이다. 마침 판교의 한 미술관에서 타라북스의 책과 원화를 전시한다고 해서 다른 일정 끝에 무리를 해서 다녀왔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여러 책들과 원화, 인도 내 여러 민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을 둘러보며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소수민족들마다 그림패턴이 어떻게 다른지 저마다 전해온 이야기는 그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아내고 연구하고 수집을 통해 마을의 벽화나 그릇 등 생활용품에 그려진 그림을 책으로 옮기는 그 긴 여정을 절대로 빠르게 건너뛰지 않는다. 모두가 더 많이 더 높이 더 크게 되고 싶어 하는 탐욕의 시대에 여전히 작게 존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들의 작업은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핸드메이드 책을 만들 때는 찍고 말리는 과정을 80번이 넘게 거쳐야만 책 한권이 완성된다. 화학물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폐직물을 이용해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책 한권을 위한 재료 제작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름다운 책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타라북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구든 내면에 아름다운 보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끌어내어 책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2쪽)
 
▲“내 일은 무언가에 공헌하고 있는가?”
 
 온 가족이 같이 읽을 수 있는 타라북스의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며 새로운 문화나 그 곳 사람들의 생각과 전통을 알아가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편협하게 고하(高下)를 결정짓던 기준들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알게 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삶의 또 다른 부분을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우리는 작게 존재 합니다’에서 소개된 책 만드는 과정과 그 뒷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지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출판사’가 이윤을 남기는 기업의 하나가 아닌,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공동체’로 존재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일이 무언가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는 창업자이자 공동대표인 기타 울프의 말은, 개인과 이익에만 골몰하게 되는 현대 사회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동체와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이것이 우리나라 반대편에 존재하는 한 작은 출판사에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이유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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