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력 종합대책에 전수조사 빠져
“현실적 한계”이유, 시민사회 등 반발 예상

▲ 8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오승현 광주시교육청 부교육감(가운데)이 ‘성인식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시교육청이 학교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광주 관내 학교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8일 ‘성인식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오승현 광주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최근 불거진 성비위 사건들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오승현 광주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최근 불거진 성비위 사건들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후 발표한 주요 대책은 ▲ 신고센터 등 신고 채널 다양화 ▲ 성비위 교사 교단에서 배제·엄중 처벌 ▲ 외부 전문기관 용역 통한 실태조사 ▲ 피해 학생 보호와 학교 안정화 방안 ▲ 성폭력 사안 처리 매뉴얼과 사례 보급 ▲ 수업자료 개발, 교사 연수, 학생·학부모 교육 등으로 구성됐다.

신설 조직인 성인식개선팀 개선·보완, 성비위 은폐 사립교원 국?공립 수준 엄정 징계 등의 실질적인 대책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교육청의 대책에는 교육계와 시민사회, 시의회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전수조사 계획이 들어있지 않았다.

성교육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광주 관내 학생, 교사, 학부모의 성인식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에도 ‘피해사실’을 파악하는 세부 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이어졌고, 교육청 측은 “현실적 한계”를 이유로 전수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굳혔다.

교육청 측은 “전수조사를 한다 해도 신원 보호 등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알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한 학교를 조사하는데 10명, 20명이 투입돼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어 “현재로선 학생들 역시 신고체계와 사후처리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전수조사에서 피해사실을 알리긴 어렵지 않겠나”라며, “드러난 문제를 제대로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신뢰를 쌓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대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가 불거진 학교는 이미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수백 개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브리핑 자료와 시교육청이 배포하고 있는 성폭력 신고 홍보물.

교육청은 앞서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와 간담회를 열어 이런 입장을 설명했지만 충분한 동의는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교 성폭력 근절을 위한 광주시민모임(이하 성폭력 시민모임)’은 지난달 18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성비위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성폭력 시민모임은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위한 포괄적 방지대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삼고 학교 특성에 다른 성폭력 예방교육 등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수조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해왔다.

또한 광주광역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위원장 김학실)는 지난달 20일 긴급 현안 회의를 열고 전체 중고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행위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일련의 사건들은 또다른 학생들이 성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전수조사가 시기를 놓쳐 늦어진다면 숨은 피해 학생의 상처는 깊어지고 가해자에게는 성범죄 행위를 감출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으므로 인력과 조직을 늘려서 광범위하게 빠른 시간 내에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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